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물가관리에 실패한 한국은행의 금리정책과 독립성 훼손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정책을 실기하고 한은의 독립성이 추락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 총재는 특히 "국제수지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물가와 성장의 적절한 정책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며 원화절상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시사해 주목을 받았다.
김 총재는 우선 '물가가 계속 오르는데 앞으로 물가에 집중하겠느냐'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물가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고 물가안정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3월 물가는 2월 수준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유가가 중요한 변수인데 이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4.5% 올라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 총재는 '한은이 청와대의 뜻에 따라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그런 식으로 의사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물가급등에 대해서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급등 현상에 대해서는 "원유에 대한 투기 등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물가안정ㆍ경제성장ㆍ국제수지는 우리가 잡아야 할 세 마리 토끼"라며 "원화강세를 용인해 국제수지를 희생함으로써 물가안정과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김 총재는 "환율 수준에 대해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면서도 "국제수지는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성장과 물가 간 적절한 정책조합 내지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현재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원화강세(환율하락)를 용인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더라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또 "가격 변동폭이 큰 석유와 곡물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물가목표 중심치인 3%를 넘어섰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지난해 말 올해 물가를 예상할 때 상반기 3.7%, 하반기 3.3%, 연평균 3.5%라고 전망했고 근원 인플레이션도 3%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해명했다.
'물가목표 중심치(3%)를 선진국 수준인 2%로 낮춰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박근혜 의원의 주장에는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현재 우리 경제성장률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