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이 변혁기에 돌입했다. 인수합병(M&A) 좌판에 매력적인 매물이 등장하면서 M&A 결과에 따라 업계 구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이고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신규 사업자도 가세해 외형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농협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보험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동양생명의 주인 찾기 작업은 이르면 이달 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ING생명 아시아ㆍ태평양법인도 사실상 매물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부 금융지주사는 보험시장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최근 보험시장은 맨틀 아래에서 부글거리고 있던 마그마가 지표를 뚫고 나와 지각변동을 유인하기 직전의 모습에 비유될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실정이다.
진익 보험연구원 실장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자산가치 증식에 쏠렸던 금융수요가 보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경향에 발맞춰 성장동력 확보에 혈안인 금융지주나 금융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산업자본들이 보험을 다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 M&A 큰 장 섰다=시장에서 단연 인기를 끌고 있는 매물은 동양생명과 ING생명 아ㆍ태 법인이다. 매각 대금으로 2조원가량이 예상되는 동양생명 인수전은 푸르덴셜생명과 대한생명의 2파전 구도를 보이고 있다.
자산 규모 65조원으로 생보 업계 2위인 대한생명은 동양생명을 인수해 삼성생명(자산 150조원)과 제대로 겨뤄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험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점도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도 동양생명을 잡아 자산 규모 4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라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예비입찰 보험사들은 실사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 본입찰에 이어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ING생명 아ㆍ태 법인의 경우 시장에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확정된 게 아직 없다.
ING생명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내년에 30억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ING생명은 유라시아법인을 홍콩이나 유럽 증시에 상장시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자 IPO 외에 아ㆍ태 법인 매각 등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대한생명을 비롯해 짜임새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을 원하는 KB금융지주, 동남아 진출을 노리는 삼성생명 등이 이런 저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ING생명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이 밖에 그린손보와 에르고다음다이렉트도 매각 대상 리스트에 올라 새 주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농협ㆍ현대차그룹 입성에 촉각=다음달 농협의 신용ㆍ경제사업 분리에 따라 분사되는 농협보험은 시장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자산 32조원 규모로 설립과 동시에 단박에 업계 4위에 오르는 NH생명은 올해 방카슈랑스를 기반으로 수도권 공략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도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녹십자생명의 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하지만 과거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한 뒤 10여년 만에 현대카드를 업계 2위로 끌어올린 현대차그룹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보험사에 대한 추가적인 M&A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보험시장에는 유례없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는 올 하반기쯤에는 본격적인 외형 불리기 경쟁이 빚어져 중소형사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