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미국 은행들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 대출을 늘리는 등 금고를 열어 시중에 돈을 풀고 있다. 상업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고 있고 신용카드 회사들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을 강화하는 등 경기회복 전망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난 순익을 발표하면서 대출 역시 전 분기 대비 6% 늘었다고 밝혔다. 늘어난 대출은 대부분 기업대출이었지만 신용카드 부문도 2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JP모건이 4ㆍ4분기 동안 신규 발급한 신용카드는 340만장으로 1년전 같은 기간보다 4% 늘었다.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사용도 1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그동안 기업 대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부문에서는 높은 실업률과 주택압류 사태, 저축률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아 대출이 정체돼 왔었지만, 경기회복세가 탄력을 더해가고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불안감도 점차 사라지면서 소비자부문의 대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WSJ은 수익창출을 추구하는 은행들이 양호한 신용기록을 가진 소비자들에 대한 신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재정상태가 양호한 은행들은 이제 부실대출 처리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신규 대출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출 증가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에퀴팩스와 무디스 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동안 미국 대부업체들은 3,600만건 이상의 소비자 대출을 집행했는데 이는 1년전 같은 기간보다 3.7% 늘어난 수준이며 위기 발생이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올해 소비자대출은 5.9% 늘어나 지난해 1.1%보다 증가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임스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인들이 여전히 저축과 부채 상환에 치중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고객들의 신용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점차 건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