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때 세계 2위 ELW 시장 고사 위기

기본예탁금 1,500만원·LP 호가 제한에 투자자 발 빼

주식워런트증권(ELW)은 만기에 행사가격으로 기초 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증권화한 파생상품이다. 소액으로 권리를 산다는 점에서 옵션과 비슷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유가증권처럼 거래된다는 차이가 있다. 또 옵션 거래는 높은 수준의 증거금을 요구하지만 2010년까지만 해도 ELW는 증거금을 낼 필요가 없었고 거래세도 없었다. ELW는 소액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자 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시장은 2010년 거래량 기준으로 홍콩에 이은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까지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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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캘퍼 사건이 터진 후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정부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각종 규제들을 연이어 발표했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막겠다며 기본예탁금제도를 도입했다. 소액 투자자들은 1,500만원의 증거금을 마련하라는 얘기에 시장을 떠났다. 가장 시장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유동성 공급자(LP)의 호가 제한 규제였다. LP가 제출하는 매도·매수 호가 간격의 비율을 8% 이상 두도록 제한한 것이다. 그동안 ELW 시장에 참여했던 개인투자자 대다수는 장 시작 시 LP로부터 물량을 매수해 당일 수익을 얻고 마감 시 다시 LP에 팔아치우는 '데이트레이딩'을 했다. 이들을 유인하려면 원하는 가격에 물량을 매도할 수 있게끔 호가가 촘촘한 가격으로 제시돼야 했고 따라서 LP들은 매도·매수 호가를 5원~10원 단위로 유지하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이 규제가 시행되면서 이 같은 촘촘한 가격 제시가 불가능하게 됐고 거래가 힘들어진 투자자들은 다수가 또다시 시장을 떠났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대폭 감소해 2011년 초 30조원 규모였던 거래대금은 올 상반기 1조원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ELW는 증거금이 필요한 선물옵션 등에 접근하기 힘든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헤지 등 위험 분산과 높은 레버리지가 있는 투자기회를 주기 위해 생겨난 파생상품"이라며 "ELW 규제가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시장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지나치게 축소돼 본래 목적인 헤지 등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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