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부 준정부기관들에 공기업 족쇄를 채우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것은 경영체계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부실경영이나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정부가 빚이 많거나 임직원 임금·복지가 과도하다며 문제아로 지목한 32개 공공기관 중에도 준정부기관 7곳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문제아 기관을 보면 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철도시설공단·장학재단·농수산식품유통공사·무역보험공사·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다.
물론 32개 기관에 포함되지 않은 준정부기관 중에도 임직원 임금·복리후생이나 부채 수준이 나쁜 기관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사학연금공단의 경우 지난해 한 해 직원들에게 1인당 급여성 복리후생비로 무려 1,614만원씩을 챙겨줬다.
물론 공공기관들의 부채·방만경영의 이면에는 무리한 사업 추진을 강요하거나 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다만 경영의 1차적 책임은 기관장에게 있다. 따라서 준정부기관들 중 일부를 공기업으로 전환해 지정하려는 기획재정부의 방침은 옳은 것으로 풀이된다.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준정부기관 때보다 기관장의 전횡이나 경영진에 대한 정치권·정부·기관장의 낙하산 인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강화돼 한층 책임·투명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준정부기관을 공기업으로 전환(시장형 공기업, 자산 2조원 이상 공기업 기준)시키면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기관장의 이사회 의장 겸직이 금지된다. 또한 기관장이나 비상임이사를 선임할 때는 반드시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정치권이나 정부 등의 인사청탁을 거를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된다.
현재 준정부기관 87개 중 원가보상률이 50%를 넘는 곳은 49곳(2010·2012년 안진딜로이트 보고서 기준)이며 이 중 수입의 정부의존비중이 절반 이하인 30곳이 공기업 전환 가능 사정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30곳 중 절반인 16곳(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주택금융공사·전력거래소 등)은 원가보상률 100%선을 넘기고 있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보다 높다.
물론 이 같은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일부 보완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경영은 투명해지지만 임원 및 감사의 연봉이 다소 상승할 수 있다.
현행 공공기관 임원 보수지침에 따르면 준정부기관의 기관장 연봉은 차관 연봉 이내(단 금융형 준정부기관은 차관 연봉의 120%)로 억제된다. 상임감사와 상임이사 기본연봉은 이런 기관장의 80% 이내로 억제된다. 경영평가 성과급 역시 기관장과 상임이사는 전년 기본연봉의 60%를 초과해 받을 수 없다.
반면 공기업 기관장은 대형 공기업이라면 차관 연봉보다 10%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경영평가 성과급도 전년 공기업 기관장은 직전연도 기본연봉의 최대 120% 이내까지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준정부기관을 공공기관으로 대거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과도한 기관장, 임원 연봉 인상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들이 방만경영 등에 대한 경영사항을 제대로 공시했는지 오는 24일부터 집중 점검해 부실공시기관에 대해서는 기관장 문책까지도 감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