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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나이가 2주째 눈물을 흘렸다. 7일 전에는 골프 역사에 남을 역전패로 아픔의 눈물을 쏟았지만 이번에는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뒤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6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한 카일 스탠리(25ㆍ미국) 이야기다.
스탠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TPC(파71ㆍ7,21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선두 스펜서 레빈(28ㆍ미국)에 8타나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스탠리는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로 6언더파 65타(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를 쳐 거짓말 같은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4타를 잃으며 무너진 레빈은 스탠리에 2타 뒤진 3위(13언더파)로 내려앉았고 5타를 줄인 벤 크레인(미국)이 1타 차로 2위(14언더파)에 올랐다.
지난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다 잡았던 생애 첫 우승을 놓쳤던 스탠리는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모님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12번홀까지 4개의 버디를 골라낸 스탠리는 13번(파5)과 14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1타 차 선두로 나섰다. 마지막 조에서 경기를 펼친 레빈은 3타를 잃어 역전을 허용한 상황. 역시 PGA대회에서 우승을 한번도 못한 레빈도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스탠리와 동률을 이루며 생애 첫 우승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문제는 부담감이었다. 레빈은 15번홀(파5)에서 더블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모래밭 선인장 아래 떨어지면서 두번째 샷에서 거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세번째 샷이 짧아 그린 앞 물에 빠지면서 5온 2퍼트로 홀 아웃 했고 승부는 거기까지였다.
스탠리는 일주일 전 흡사한 악몽을 겪었다. 7타 차까지 앞서다 3타 차 선두로 마지막으로 맞은 18번홀(파5)에서 더블보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세번째 샷을 물에 빠뜨린 끝에 3타를 까먹고 연장전에서 브랜트 스네테커(미국)에 무릎을 꿇었었다.
2009년 투어 데뷔 후 44번째 출전 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따낸 스탠리는 “많은 분이 성원해 주신 덕에 지난 일을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전패를 당한 레빈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는 훌륭한 선수다.”며 동병상련의 위로를 전했다. 우승상금 109만8,000달러를 받은 스탠리는 상금랭킹 1위(179만달러)에 나서며 시즌 초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재미교포 케빈 나(29)와 존 허(22)는 희비가 엇갈렸다. 6언더파 65타를 몰아친 케빈 나는 공동 23위에서 공동 5위(11언더파)로 순위를 끌어 올리며 시즌 첫 ‘톱5’ 입상에 성공했다. 반면 공동 3위로 출발했던 존 허는 중반 한때 선두권을 넘봤으나 후반에만 더블보기 2개 등으로 3타를 잃는 등 1오버파 72타에 그쳐 공동 12위(9언더파)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