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포스트 QE시대-세계경제 어디로] 궁지 몰린 일본·유럽 중앙은

천문학적 돈풀기 나섰지만 저금리·저성장 늪 깊어져

경기 기지개 켠 美와 대조

미국이 양적완화(QE)를 통해 경기회복의 길로 들어선 데 반해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은 대대적인 부양에 동참했지만 효과는커녕 오히려 저물가·저성장의 늪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일본중앙은행(BOJ)은 지난 2013년 4월 재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 첫 번째 화살인 금융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이른바 '양적·질적 금융완화(QQE)' 방안을 결정했다. 2년 안에 물가 2% 상승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본원통화를 2년 내에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BOJ는 신규 발행 국채의 70%가량을 사들이며 시중에 연간 60조~70조엔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양적완화 조치의 목표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일본 기업들의 수출 드라이브를 돕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효과는 나타났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나고 실적도 호전됐다. 전년 대비 뒷걸음질치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3월부터 꾸준히 상승해 올해 1월에는 10.6%까지 증가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지난해 9월 4년9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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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5%→8%) 이후 경기가 다시 급랭하면서 산업생산은 7~8월 2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간 전문가들은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이 0.2%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8월 물가 상승률은 소비세 인상분을 제외하면 1.1%에 그쳐 목표치인 2%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엔저도 골칫거리다. 무역적자는 27개월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지면서 엔저가 수출증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반면 에너지 수입 가격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오히려 BOJ가 시중에 뿌린 돈이 마이너스 금리를 촉발하는 엉뚱한 부작용이 나타나기까지 했다. 일본에서는 23일 사상 처음으로 3개월 만기 단기 국채가 마이너스로 발행됐다. 로이터통신은 "시중에 풀린 돈이 갈 곳이 없어 안전자산인 국채에 몰리며 금리를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목표 시한으로 제시한 내년 4월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물가는 여전히 1% 수준이라는 점이다. 기한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할지, 양적완화 조치를 종료할지 BOJ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WSJ는 "구로다 총재가 양적완화 조치의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궁지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상황도 일본에 비해 전혀 나을 게 없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아직 미국식 양적완화 카드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단일 국가의 중앙은행이 아니라는 지배구조의 한계 때문에 선제적 디플레이션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재는 기준금리를 2011년 1.5%에서 올 8월 사상 최저 수준인 0.05%로 낮추고 2차에 걸친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과 사상 첫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 적용, 자산담보부증권(ABS) 매입 등의 부양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삼중 경기침체 (트리플딥) 위기에 처해 있다. 드라기 총재가 추가 부양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크지만 독일 등의 반대로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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