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과 미국증시의 차이/이종승 증권부장(데스크 칼럼)

「김영삼대통령이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회복에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국민들에게 정부의 경제정책을 믿어달라고 호소하면서 금융시장은 안정되고 주가 폭락으로 고통받던 투자자들도 미소를 되찾는다.」우리 현실에서는 소설같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지난 28일 미국에서는 실제 일어났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28일 전세계 증시 폭락사태로 불안해 하는 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경제는 지난 1세대 동안 그래왔듯이 여전히 튼튼하고 활력에 넘쳐있다』며 미국인들에게 자신감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매일 주식시장의 주가 변동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신중하지도 적절치도 않다』고 전제한 후 『미국의 재정적자, 실업률, 인플레가 하락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미국인들에게 미국경제의 미래에 자신감을 잃지말라』고 당부했다. 이의 영향으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는 28일 폭락세에서 29일에는 폭등세로 돌아섰다. 미국 지도자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우리 사정은 어떤가.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외환, 금융시장이 뿌리째 흔들리는 공황위기를 맞고 있으며 기업과 투자자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누구하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위기상황에서의 지도자가 없는 것이다. 긴급한 이 상황에도 위정자들은 정권쟁탈을 위한 정쟁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말로는 금융시장위기 운운하지만 신뢰를 상실한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또 정책당국자들도 정권말기를 의식한듯 자기 보신을 위해 눈치보기에만 급급하다. 「복지부동」이 아니라 아예 「신토불이」로 변하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강경식부총리는 2천년대 우리 경제청사진 운운하며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고 국정최고책임자의 경제담당 참모인 김인호수석은 「주가는 떨어지면 언젠가 오르게 돼 있다」고 원론적인 무대책을 대책인양 착각하고 있다.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방향과 실천의지 그리고 대외적인 설득이 필요한데 정책당국자는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그동안 지속된 기업부도사태의 방패막이로 요긴하게 활용했던 「기업 구조조정상 불가피론」에 스스로 만족했던지 최근 금융시장불안과 주가폭락사태도 「해외증시 영향」이라는 방패막속에 숨기에 바쁘다. 시장자율경제를 앞세워 적당히 시간만 보내면 스스로 난제가 해결될 것이란 안이한 생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형국이니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이 안정될리 만무하다.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실망감만 증폭되고 시장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뒤늦게 위기를 느끼고 「금융시장 안정책」을 발표했지만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정부대책이 얼마나 먹혀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수단의 시기 선택이 매우 중요한데 이미 「시기와 신뢰」를 모두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정책의 신뢰 실추는 비단 국내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무능한 경제정책으로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국가위상이 연일 추락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사는 우리나라 외환채권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떨어뜨린데이어 향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안팎으로 불신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정책당국은 당면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난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줘야한다. 외국인들은 지금 우리의 위기대응능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위기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당국」과 「정책」이 있고 「애국」과 「우국」으로 밤을 지새는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실추된 신뢰를 국민으로부터 되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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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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