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위상추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때 세계 1위였던 거래량은 CME·Eurex 등 글로벌거래소에 이어 어느덧 주변국 인도·중국에도 추월을 당해 지난해 11위로 밀려났고 거래대금도 2011년 대비 44%나 감소했다. 파생시장 부진에 대해 '경기침체에 따른 박스권 장세 지속' '시장 변동성 감소에 따른 헤지·투기수요 동반 감소' 등과 같은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모두 맞는 지적이지만 파생상품시장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미지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파생상품이라고 하면 '어렵다' '위험하다' '투기성이 강하다'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파생상품이 가진 레버리지 특성으로 인해 투자자는 단기간에 큰 폭의 이익은 물론 손실을 볼 수가 있는데 피해사례만 접하다 보니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고착화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2008년 키코(KIKO)사태의 경우, 중소기업 전체로는 KIKO 거래로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얻었으나 수출대금을 초과해 오버헤지(over-hedge)한 중소기업은 2,533억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하지만 시중의 관심은 KIKO 상품자체의 위험성에 대해서만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
파생상품시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순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파생상품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위험을 이전시키고 분산시키는 것이다. 수출업체가 달러선물 거래를 통해 결제 시점의 환율을 미리 정해 놓았다면 정해진 환율 이외의 환율변동 위험은 다른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할 수 있다. 즉 파생상품은 그 자체로는 레버리지가 크고 투기성이 높지만 기초자산 및 다른 파생상품과의 조합을 통해 오히려 위험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도 파생상품 없이는 상품 설계가 불가능하다. 발행사가 ELS와 관련된 위험을 파생상품시장을 통해 헤지함으로써 다양한 수익구조를 가진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투자자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간접적으로 파생상품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오해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파생상품시장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는데 사실 문제의 상당 부분은 장외파생상품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다면 비교적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장내파생상품에만 규제를 집중하기보다는 장외파생상품을 장내로 편입시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적인 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파생상품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실물경제 대비 규모가 너무 크면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사고의 틀도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 금융도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제조업 기반이 비교적 취약한 영국과 싱가포르가 역내에서 금융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 내외의 부가가치를 금융산업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산업 비중이 GDP의 5~6% 수준인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파생상품의 역할과 순기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파생상품시장의 이미지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파생상품의 이미지가 '어렵다'에서 '아는 만큼 도움이 된다'로, '위험하다'에서 '위험을 관리하도록 돕는 유용한 수단이다'로 바뀌는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