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일본 가전업체 샤프가 자구 차원에서 100%에 가까운 주식 감자를 단행함에 따라 대주주인 삼성전자가 들고 있던 지분도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샤프는 지난 회계연도 결산과 함께 1,218억엔(약 1조1,050억원)인 자본금을 1억엔(약 9억770만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골자로 한 재무개선 방안을 오는 14일 발표할 예정이다. 1,000대1 수준의 대규모 감자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샤프가 자본금을 99% 이상 줄이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샤프는 다음달 하순께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개선 방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샤프가 대폭 감자를 실시하면서 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지분도 거의 휴지 조각이 됐다. 삼성은 지난 2013년 샤프의 요청에 따라 약 104억엔(당시 한화 1,230억원)을 출자했다. 현재는 2.1%의 지분을 보유해 채권단과 퀄컴·마키타에 이은 8대 주주다.
샤프가 신주 발행을 통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삼성의 지분율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채권단이 출자전환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샤프는 우선주 발행을 통해 미즈호은행, 미쓰비시 도쿄 UFJ은행 등으로부터 약 2,000억엔을 수혈받을 계획이다. 삼성이 증자에 추가로 참여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샤프의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자회사인 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트(SDP)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삼성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DP가 대형 LCD 패널 분야서 경쟁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패널 공급과잉이 우려되는데 굳이 삼성이 인수할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샤프는 주력인 디스플레이 산업이 부진하며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업체는 2011~2012회계연도에 이르는 2년간 총 9,000억엔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재작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는 다시 2,000억엔의 적자가 유력하다. 2015회계연도에도 1,000억엔 이상의 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