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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떠나고…" 한국 조선 침체 후폭풍 심각
"단골 떠나고 뜨내기 손님 1~2명받는게 고작"■ 경영난 마산 성동산업 인근 상권도 몸살마산조선소 수주 물량 끊겨 20개 협력업체까지 도산위기1,500명 직원 50명으로 줄어 당구장 등 사실상 개점 휴업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co.kr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앞. 식사시간만 되면 수많은 직원들이 거리로 나와 식당을 가득 채웠지만 이제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여름인데도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가계 문을 여는 게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혹시 손님이 있을까 문을 열긴 하지만 뜨내기 손님 한두 명 받는 게 고작입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서 식당을 하는 박덕순(가명)씨는 지금의 상황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점심때와 저녁 식사시간이면 손님들로 꽉 차던 가계가 이제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이 텅 비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한산하기만 하다.
박씨의 가게가 있는 산호동 일대는 원래 마산자유무역지역 인근으로 상권이 제법 형성된 곳이다. 지난 2007년 성동산업 마산조선소가 들어선 이후 관련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포함해 1,500여명이 일시에 유입되면서 식당을 비롯해 이발소ㆍ당구장ㆍ노래방 등 다양한 가게들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성동산업은 조선기자재 회사로 선박회사인 성동조선해양(성동산업이 20% 지분 소유)으로부터 조선블록 물량을 수주해 납품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손님이 끊긴 것은 올 들어서부터로 성동조선해양의 경영 사정이 나빠지고 이로 인해 성동산업의 물량 수주가 끊기면서 20여개 협력업체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다른 식당의 가게 주인은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모두 떠나 50여명밖에 남아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싶어도 식당을 인수할 사람이 없어 문만 열어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협력업체들의 사정도 심각하다. 협력업체 A 사장은 "다음달이면 은행이 집까지 압류한다"며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식구들까지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고 전했다. 그는 "성동산업이 조선해양으로부터 수주를 하지 못하면서 관련 협력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어려워진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임금도 정리해주지 못한 채 떠나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업체는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성동산업 마산조선소에 매일 60명의 종업원을 투입해 조업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조업을 중단한 채 성동산업의 채권단 움직임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성동조선해양의 모회사인 성동산업은 조선 업황 악화로 기업 사정이 안 좋아지자 마산조선소를 담보로 지난 2008년 초 우리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 이후 성동산업이 차입금 이자도 갚지 못하자 우리은행은 이를 부실 채권으로 처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성동산업과 성동산업 협력업체, 그리고 이 일대에서 성동산업만 바라보고 살아온 가게 주인들은 이 대로 가면 지역경제가 완전히 피폐해진다며 채권단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첫번째로 요구하는 것은 성동산업이 해양 플랜트 등 신규사업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만큼 은행의 담보권 매각 절차를 유예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지난 5월까지 여러 대기업에서 블록 도장, 선탑재, 발전설비 등 시설 실사를 끝내고 마산조선소 생산시설의 안정적 사용만 보장되면 발주하겠다는 금액이 9,000억원이 넘습니다."
엄기찬 성동산업 사장은 "그동안 은행의 매각절차만 아니면 수주가 가능했던 일들이었다"며 "채권단이 마산조선소의 안정적 사용만 보장해줘도 충분히 자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