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자유무역지대(FTZ)가 광저우나 톈진 등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금융허브라는 개념을 전제로 한다는 점입니다. 올해는 FTZ를 중심으로 금융개혁의 시험무대가 펼쳐질 것입니다."
상하이 자오퉁대 공공정책연구소 소장인 구젠광(사진) 교수는 지난해 말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금융허브 프로젝트가 후퇴하거나 변화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한때 리커창 총리의 힘이 빠지면서 상하이FTZ가 영향을 받고 이어 금융허브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구 소장은 "상하이FTZ는 상하이 금융허브를 위한 마지막 시험무대인 만큼 정치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소장은 중국의 대표적 개방경제학자 중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관여하는 학자로 꼽힌다. 그는 영국 버밍엄대과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공공정책 연구를 마친 후 상하이 자오퉁대를 비롯해 홍콩과기대·닝보대·정저우대 등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 상하이시 행정평가위원이기도 한 그는 상하이FTZ 설립발표 이후 정책입안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상하이FTZ 설립 이후 홍콩이 위협을 받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 구 소장은 "상하이와 홍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착각하지 말아야 할 점은 상하이는 달러도 유로도 아닌 위안화 중심의 금융허브라는 것"이라며 "홍콩은 홍콩달러를 사용하는 또 다른 금융도시일 뿐 중국과 위안화를 대표하는 중심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구 소장은 이어 "물론 홍콩이 역외 위안화 중심으로 역할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지만 서로 보완하는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하이FTZ 설립 이후 우려되는 단기성투기자금(핫머니)에 대해 구 소장은 걱정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핫머니 유출입은 FTZ 설립 이후 생겨난 것이 아니라 중국 경제가 성장하며 10년 전부터 발생한 일로 지난해에도 1~4월에 유입되고 5~7월에 빠져나가는 패턴을 보였다"며 "핫머니 유출입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의 경쟁상대로서 한국의 금융허브 가능성에 대해 구 소장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자국화폐의 국제화 가능성을 보고 경제규모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 금융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시도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상하이나 서울 모두 수백년 금융의 역사를 가진 뉴욕·런던을 제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구 소장은 "다만 상하이가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바탕으로 공상은행 등 이미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서울보다 빨리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소장은 "상하이도 이제 금융허브의 울타리 정도를 만드는 상황에서 조언하기는 그렇지만 한국 금융은 나름의 장점을 살려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며 "세계 상위권의 파생상품 거래량과 중국·일본에 인접했다는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금융산업 발전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하이=김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