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담당 최기준 본부장은 경력사원 모집에 지원한 윤모(38)씨의 이름을 구글 검색창에 입력했다. 그러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외에도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링크드인 계정이 주르륵 뜬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는 윤씨가 어떤 사람들과 친한지, 어제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어떤 대화를 했는지 한눈에 파악됐다. 링크드인의 프로필을 클릭했더니 윤씨의 출신학교와 경력, 특기사항과 비즈니스 인맥 등이 나타났다.
인터넷 공간이 개인의 사생활뿐 아니라 사회생활까지 비춰주는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온라인 평판'이 중요해지고 있다.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링크드인 등의 SNS나 블로그∙홈페이지를 통해 특정인을 속속들이 알기 쉬워진 탓이다.
이모(31)씨는 현재 근무 중인 회사로의 이직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트위터 메시지와 블로그 포스트를 쭉 읽어봤다. 그는 "이직을 앞두고 글을 수정한 적이 있다"며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대강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 블로거이기도 한 황병선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자신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데 SNS를 활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SNS는 주된 취직∙이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체 성인 인구의 16%가 트위터∙페이스북∙링크드인으로 현재의 직장을 찾았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관련된 조사가 진행된 적이 없지만 이미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SNS를 참고하고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8월 기업 인사담당자 37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5.1%가 "지원자의 SNS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SNS의 내용이나 활용도를 채용 결정에 참고한다는 응답도 44.1%나 됐다. 취직이나 이직을 염두에 두고 SNS를 관리, '온라인 평판'을 업그레이드해두는 게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온라인 평판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무심코 쓴 글이 '퍼나르기'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인 김모(32)씨의 사례가 그랬다. 김씨는 3년 전 블로그 이웃과 거칠게 언쟁을 벌인 일이 온라인 세상에서 소문이 나면서 온라인 평판에 흠집이 난 적이 있다. 얼굴이 알려지는 직종에 속한 탓에 현실에서도 타격을 받았다. 그는 현재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당시의 일을 언급한 글들을 찾아볼 수 있어 여전히 조심스럽다.
전문가들은 혹시 모를 낭패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재훈 인쿠르트 팀장은 "자신의 '퍼스널 브랜드(Personal brand)'가 드러나도록 하고 관심 분야의 SNS 지인들과 인맥을 맺어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꾸민듯한 모습만 보였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 팀장은 "SNS를 참고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평소 모습, 본 모습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