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국민투자신탁증권(국민투신) 주식을 다시 사면서 부과된 세금은 매수를 부탁한 계열사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다만 주식 재매수 과정을 불공정 거래행위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은 행위자인 현대중공업이 내야 한다.
서울고법 민사14부(이강원 부장판사) 는 10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옛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이익치 전 현대증권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하이닉스 현대중공업에 487억4,000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현대중공업이 CIBC에 현대전자 주식을 재매수하면서 납부하게 된 주식거래세를 비롯한 여타 세금들은 모두 하이닉스의 부탁에 따른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비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이 주식재매수 대금을 CIBC에 지급하고 여러 세금을 납부한 일련의 행위는 자신의 업무와 관계없이 자금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 2001년 공정위가 주식재매수 계약을 두고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판단해 현대중공업에 부과한 과징금은 타 회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스스로 부당지원행위를 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행한 이상 행정상의 제재금에 해당하는 과징금은 궁극적으로 현대중공업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부당행위의 배경에 하이닉스와 현대증권의 권유가 있었더라도 부당지원행위를 예방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 따라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 취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그룹 계열사였던 하이닉스가 사들였다 출자총액 한도제한에 걸려 CIBC(Canadian Imperial Bank of Commerce)에 판 국민투신 주식을 다시 매수했다. 해당 주식은 풋옵션이 걸려있어 현대중공업은 수천 억대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고 이후 CIBC와의 거래를 권유한 하이닉스와 증권거래 창구인 현대증권을 상대로 ‘대납한 외화를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은 CIBC에 넘어갔던 국민투신 주식을 현대중공업이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세무당국이 부과한 증권거래세ㆍ가산세ㆍ주민세 등의 각종 제세금과 15억5,900만원의 과징금 등 약 503억280여만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1심은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에 부과한 과징금 또한 주식 재매수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해당한다”며 모두 하이닉스와 현대증권이 물어줘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