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것이 대못 규제] 투자 막는 규제 어떤게 있나

현대차, 신사옥 프로젝트 수년째 스톱

대한항공, 송현 복합문화시설 건립 제동

KCC·하이트진로 등도 공장증설 못해 발동동


'수도권'이라는 장벽에 묶여 기업들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 간 균형발전 등을 이유로 기업들은 수도권에서 공장 신·증설이나 신규 사업 진출 등에 제약을 받아왔다.

최근 경기도 이천공장 증설에 15조원가량의 투자를 결정한 SK하이닉스는 과거 수도권 규제에 발목이 묶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7년 이천공장의 반도체 생산 라인 증설을 추진했지만 당시 정부의 강력한 수도권 규제 방침에 가로막혔다. 정부는 수도권 상수원 보호와 수도권 과밀 억제를 이유로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하지 않았고 회사와 노조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SK하이닉스는 수도권 규제를 피해 기존 이천공장이 아닌 청주에 제2공장을 설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 2월 환경부가 고시개정을 통해 특정유해물질 기준을 완화하면서 비로소 이천공장 증설의 길이 열리게 됐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총 15조원을 투자해 이천공장의 반도체 생산 라인을 첨단설비로 교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수도권 정비법과 자연보전권역 내 공업용지 제한 등 각종 수도권 규제로 경기지역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대기업 투자가 묶여 있다. 공장증설 계획만 봐도 △KCC 6,300억원 △하이트진로·코카콜라음료·LG실트론 각 1,000억원 △신세계푸드 540억원 등이다. 제일약품과 콘티넨탈오토모티브는 각 500억원, 한국야쿠르트와 빙그레도 각 200억원 등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팔당특별대책지역 내 특정수질유해물질 입지제한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 내 공업용지 조성면적 제한, 연접개발 공업용지 제한 등에 걸려 투자를 못하는 상황이다.

공장증설 외에 신규 사업도 수도권 규제로 빛을 못 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송현동에 복합문화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설 내에 호텔이 포함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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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학교보건법에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 호텔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송현동 복합문화시설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다목적 공연장과 호텔, 갤러리 등 문화 및 상업공간이 어우러진 문화센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송현동 복합문화시설이 주변 경복궁·창덕궁·인사동 등 관광명소와 함께 서울 중심 문화지역을 벨트로 묶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우리나라의 관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현재의 호텔 개념은 문화와 여가생활 공간이자 국제회의 등이 열리는 비즈니스 공간, 가족들의 휴가와 레저 공간으로 30여년 전 제정된 학교보건법의 호텔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송현동 일대 부지를 매입해 2010년 3월 서울중부교육청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해제를 신청했지만 거부 처분을 받았다.

이어서 서울행정법원에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고 현재는 학교보건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신사옥 프로젝트가 수년째 계획에만 머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부터 서울 성수동 뚝섬 삼표레미콘 공장부지에 110층 높이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을 추진했다.

총 2조원을 투자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동차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지만 서울시의 개발계획 전면 재검토 방침 등으로 사업추진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의 규제완화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우리나라의 규제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 추이는 2011년 110.5, 2012년 96.5, 2013년 92.2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이 망설이는 것은 경기 불확실성 외에도 과도한 규제가 더 큰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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