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3시 청와대에서 회동하기로 함에 따라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이 배석자 없이 만나는 것은 지난 9월2일 100분간 진행된 단독 오찬 회동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박 당선인은 경제정책 운영의 방향 전환을 이 대통령에게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고환율ㆍ저금리를 기조로 한 대기업 우선 정책을 펼친 반면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의 경제정책에 중점을 두기로 한 만큼 이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대 화두가 성장에서 경제민주화ㆍ복지 등 분배로 옮아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경제민주화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동에 대해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경제 상황을 포함해 통일ㆍ외교ㆍ안보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정부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가 내년 2월 집권을 앞두고 강하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톤으로 무리한 정책 집행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할 가능성도 있다. 정권 말 관례처럼 행해지던 공기업 인사에도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5일 창신동 쪽방촌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정부의 공기업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거론했던 것과 같은 직설적 비판은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인사 문제가 불거지는 데에 대해서는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의 순조로운 이양을 위해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생각을 털어놓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새해 예산안의 원만한 국회 처리를 요청하면서 임기 마지막까지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자신의 임기 5년을 바탕으로 향후 국정 운영에서 후임 대통령이 고려해야 할 사안에 대해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발사 등 남북 문제, 양극화 해소, 주변 4강과의 외교 문제 등에 대해서도 조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전 인수위원회 운영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자신이 임기 중 추진한 외교ㆍ안보, 경제, 복지 정책 중 박 당선인의 정치 철학과 충돌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무리가 없는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기조가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조용한 행보'를 원칙으로 삼는 박 당선인은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낮은 자세로 경청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박 당선인은 원활한 국정 인수인계를 위해 각 정부 부처가 인수위 활동에 최대한 협조해줄 것을 이 대통령에게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