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습발행엔 ‘면죄부’·공시업체‘기회박탈’/엇갈린 판결… 일파만파

◎증권가 “공시제도 무력화시켰다” 불만/소수주주 권익 침해·M&A위축 불가피사모전환사채 발행과 관련, 서울지법이 한화종합금융과 미도파에 엇갈린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지난 6일 한화종금이 발행한 사모전환사채에 대해서는 『발행후 주주이익보다는 거래안전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발행을 인정했다. 그러나 미도파가 추진중인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에 대해서는 『주총이전에 사모전환사채가 발행될 경우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에따른 소수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어 주총이전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에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법원의 판결은 아무리 불공정한 방법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경영권을 방어하더라도 발행후에는 면죄부를 준 것이며 전환사채 발행전에 미리 공시를 한 상장사에 대해서는 경영권방어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모순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사모전환사채가 발행후에는 전환사채로만 의미가 제한되고 발행전에는 주식전환에 의한 신주발행 행위로 인정되는 엉뚱한 결과가 나와 발행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이같은 반응은 한화종금이 발행한 사모전환사채가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처음부터 신주를 발행하기 위한 편법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나 법원이 이에대한 판단을 보류한 채 전환사채 발행 자체만을 인정해줬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한화종금의 사례는 전환사채의 발행과 주식전환에 의한 신주발행의 행위를 떼어놓을 수 없지만 법원측에서는 이를 분리해 『전환사채 발행 자체가 무효는 아니다』라고만 판결한 것이다. 미도파의 경우에는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을 검토한다고 공시한 것이 빌미가 돼 외국인들로부터 전환사채 발행유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줘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 상장사의 공시의무를 충실히 하기위해 검토공시를 한 미도파는 법원의 결정으로 주총때까지 전환사채 발행이 금지된 반면 기습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한화종금은 발행 자체가 유효하기 때문이다. 대농그룹의 한 임원은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전에 발행금지 결정이 내려져 어이가 없다』면서 『상장사의 공시의무를 충실히 한 회사가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어느 상장사가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검토공시를 하겠느냐』면서 『현재 공시제도가 가뜩이나 허점이 많은데 그나마 공시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결과가 나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만 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수주주들의 권익을 찾기가 어려워질뿐 아니라 앞으로 적대적 M&A(Mergers&Acquisitions:기업인수합병)도 발붙일 여지가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소수주주들은 전환사채가 발행돼 변칙적으로 대주주의 지분이 늘어나는 것을 저지하려면 해당 상장사가 발행의사를 가지고 있든 없든 사전에 유지가처분신청을 계속 소송으로 제기하는 방법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물증과 뚜렷한 근거도 없이 수시로 제기되는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수용해줄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점과 상장사에서는 기습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그만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셈이다. 또 증권당국에서 아직까지 사모전환사채의 경우 주식전환을 발행 즉시가 아니라 일정기간 제한을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아 보완책이 성과를 거둘지 의문으로 남고 있다.<정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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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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