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재예방=생산성 향상” 확산/산업 안전

◎이젠 블루라운드 대책마련 서둘러야/30년간 2백92만명 재해… 손실액만 35조/“반복·재래형 사고추방” 기업들 투자나서산업재해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64년부터 95년까지 발생한 총 재해자수는 2백92만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수는 4만2천명, 직업병자수는 3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1년에 평균 9만명의 재해자가 발생했고 이 중 근로자 1천3백명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계산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액만도 35조6천억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와있다. 이는 산업안전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반증하고 있다. 산업재해율은 83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 95년에는 선진국 진입단계인 1%미만(0.99%)의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재해로 인한 실질적인 근로손실을 나타내는 재해강도율이나 사망률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것이 우리의 산업재해 현주소다.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사망재해가 3배 이상 높고 우리와 비슷한 경제수준인 싱가포르보다 2.3배나 높다. 재해강도율은 89년 2.19%에서 90년이후 계속 증가추세를 보여 94년 2.93%로 33.7%포인트나 높아졌다. 1만명당 사망률도 89년 2.58%에서 95년 3.37%로 증가했다. 재해로 인해 노동력이 상실되는 신체장해자수는 90년이후 매년 평균 3만2백15명씩이나 발생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직업병도 80년대초 탄광지대에서 진폐환자가 한 해 2천∼3천명씩 발생한 이후 88년 원진레이온의 이황화탄소, 95년 솔벤트 유기용제, 96년 망간등 집단중독 사고가 이어져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해 왔다. 특히 지난해 산업안전선진화계획의 시행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해예방활동을 전개해왔고 범국민적인 안전문화운동을 본격 전개해오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있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지난해 산업재해율은 0.89%로 목표치인 0.85% 달성에 못미치고 사망만인율 또한 3.35%로 목표인 2.59%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의 산업현장에서 대형사고가 해마다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평소 산업현장의 사용자나 근로자들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건 등 대형 사고의 공통점이 모두 인재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전체 산업재해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재해의 경우 50% 이상이 반복 재래형인 추락에 의한 사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삼 산업현장의 안전생활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해준다. 경쟁력회복과 근로자의 삶의질 향상을 위해서 산업안전이 기업경영에 가져오는 기대효과는 상당하다. 그런면에서 산업안전은 이제 기업경영에 있어서 수단이 아니라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산업안전은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 사람은 어떤 활동을 일정시간 지속하게 되면 반드시 피로하게 된다. 피로하게 되면 능력이 떨어져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그러다보면 생산성 저하는 물론 산업재해의 발생 위험도도 높아지게 된다. 그동안 많은 통계나 연구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를 손실적인 경비로 인식해 온 사고방식에서 탈피, 이제는 품질 및 생산성 향상과 밀착된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 사업주는 종업원을 자기 가족처럼 생각해 작업환경 개선등 산재예방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곧 「노동의 질」을 높여 생산성 및 품질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확고한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관리에 대한 투자는 재해로 인한 손실을 줄여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이윤창출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가장 경제적이고 생산적인 투자다. 재해로 인한 손실은 눈앞에 나타난 피해규모보다 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규모가 더 크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재해로 인한 간접손실비는 눈에 드러나는 작업자의 치료비와 보상비등 직접손실액의 4배에 달한다고 독일 하인리히 박사는 연구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또 예방적 차원에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근로자의 안전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노사간 불신과 갈등이 깊어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과거 노사분규가 없던 사업장이라도 산업재해나 직업병 환자가 발생하면 분규로 이어져 생산차질등 막대한 손실을 초래해왔다. 또한 노동인력도 자연적으로 생산설비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직업환경 개선과 근로자 건강증진이 보장되는 기업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인사·노무관리 측면에서 그만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산업안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직결된다. 중대산업사고는 종업원은 물론 인근지역 주민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돼 산업재해발생 여부는 곧바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노동부 우성차관은 『재해없는 사업장 조성과 인간존중의 경영은 결국 근로자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만족을 주며 국제적으로도 제품의 대외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국제적으로 블루라운드(BR)와 그린라운드(GR) 등 노동·환경문제를 무역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산업안전보건문제는 통상규제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적으로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투자증가, 건물의 고층화, 시설노후화및 노동력의 고령화 등 산재요인이 증대, 산재감소추세는 더욱 둔화될 전망이다.<최영규> ◎인터뷰/한국산업안전공단 안영수 이사장/“올 안전인증제 등 제도정착 주력/2000년 0.5% 재해율 달성 확신” 한국산업안전공단 안영수 이사장(57)은 정축년 새해 안전공단 사령탑으로 취임하자마자 산업현장은 물론 사회단체 등을 직접 방문, 경쟁력확보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산업안전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제일 중요한 가치로서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또 소중한 기능인력의 보호와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도 직결,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안이사장은 특히 가는 곳마다 『안전문화운동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인도주의에 입각한 생명운동』임을 주장하고 있다. 또 『산업안전은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며 공동선』임을 강조하며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등 전국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안전문화운동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올해를 「노사와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안전점검의 해」로 설정한 것도 안전이 국민들의 의식속에 제일의 가치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안이사장은 『제도개선은 물론 안전생활을 위한 시민단체를 육성, 지원하고 시민 등이 범국민적으로 참여하는「국민안전의 날」의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법 개정과 한보사태등 나라 전체가 극히 혼란스럽다. 그런 와중에 산업현장의 안전이 자칫 위협을 받을지 걱정된다. 『노동법 개정 문제를 놓고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쟁력확보와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겪어야 할 과제이며 우리는 이를 능히 극복할 수 있고 또 극복해야 한다. 사업장에서 산업안전 문제로 노사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산업안전이 노사에 서로 이익이 된다는 것을 노사가 깊이 깨닫는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이다. 특히 노동법 개정문제로 산업현장에 대립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면 이를 치유하는데 안전활동이 거뜬히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몇년간 산업재해 추이를 보면 재해율은 감소하고 있으나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등 산업현장의 중대산업사고가 끊이질 않아 사망재해는 크게 늘고 있다. 아직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조선·건설·석유화학등 중대재해가 빈번한 안전 취약사업장에 대해 집중 관리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 재해예방 활동을 적극 벌여도 사망재해는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안전에 대한 근로자 개개인의 의식이 미약, 안전에 대한 가치관 정립이나 생활화가 몸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때문에 안전문화운동의 확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절대적인 과제이다.』 ­지난 92년, 93년 무재해 1천만명 서명운동을 벌인 이후 93년말에 재해건수, 사망자수, 산재보험급여 지급액 등이 전년보다 현저히 감소돼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때는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다. 당시 산재보험급여의 세출예산을 1조5천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재해감소로 5천억원이 남았고 그 중 3천억원은 산재예방특별사업으로 나머지 2천억원은 융자금 보조 등 사업장 재해예방 활동을 지원하는데 사용해 매년 35%의 재해감소 효과를 얻었다.』 ­공단은 사업장 자율안전기반을 마련키 위해 지난해 공정안전관리(PSM)제도 및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제도 등을 도입, 시행해오고 있다. 여기에는 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는데. 『공단 직원의 60%이상이 전문기술직이다. 기술사 1백50명, 박사 27명등 최고의 전문기술력을 활용, 연구·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려 수요자인 기업에 제공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또 이들 우수한 인력을 통해 올해는 각종 산업안전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할 생각이다.』 ­올해는 산업안전선진화 3개년계획의 실질적인 원년으로 중요한 해로 여겨진다. 올해 사업추진 계획은. 『2000년까지 목표재해율 0.5%, 사망만인율 1.0%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화재 폭발 누출등 중대산업사고를 종합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공정안전보고제도를 사업장에서 정착시키도록 하고 7월부터 안전인증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들의 안전의식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은 근로자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안전, 환경, 식품위생은 더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사회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규제는 기업들도 어느정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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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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