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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4.0 새 성장동력 찾아라] 기술개발·업력 쌓이면 자체설계도 가능… 경쟁력 있는 분야서 새 먹거리 만들길

■ 현장에서 본 한국건설<br>엔지니어링 역량 키워야 단가 후려치기 극복 가능

한국 건설 가능성과 한계·해법은 바로 해외 현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삼성물산이 공기 내에 무결점 시공을 마치며 자체 설계의 의지를 높이는 계기가 된 싱가포르 주롱섬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현장 전경. /사진제공=삼성물산

"싱가포르 LNG 터미널의 성공적인 준공으로 다른 국가에서 입찰 참여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과 업력이 쌓이면 우리 기술로 자체설계도 가능할 것입니다."(신원섭 삼성물산 싱가포르 LNG 터미널 현장소장)

"뒤늦게 진출한 업체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한국 건설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각자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김충진 현대건설 싱가포르 사우스비치 현장소장)


"중동 발주처들의 '단가 후려치기'에서 벗어나려면 최소한의 자원으로도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엔지니어링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하영천 현대건설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소장)

길은 현장에 있었다. 매립으로 탄생한 새로운 국토 위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와 대형 복합빌딩을 짓는 싱가포르와 섭씨 50도를 육박하는 열사의 땅에서 첨단의 공법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카타르 현장은 한국건설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건설 수출의 최전선에서 땀 흘려온 현장의 전문인력들은 해외 시장에서 국내 건설업계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길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었다.


삼성물산의 싱가포르 주롱섬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공사 현장. 삼성물산은 지난 2010년부터 메인 터미널 공사와 LNG 탱크 공사를 진행해왔으며 현재는 제3탱크와 배가 하역해 가스를 주입할 수 있는 선석(Berth)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메인 터미널은 1월 준공을 마치고 5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총 공사비는 1조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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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을 총괄 지휘한 신원섭 상무는 "국내 업체가 해외 LNG 터미널 공사에서 공사기간을 맞추고 무재해로 준공한 것은 이 현장이 최초"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이 무결점 수행능력을 보이자 발주처가 추가 공사를 맡기면서 최초 계약 당시 6억2,300만달러였던 사업금액이 현재 9억3,000만달러까지 늘었다.

물론 LNG플랜트처럼 유럽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의 벽은 아직 높다. 신 상무는 "발주처가 아직은 한국 업체의 설계나 자재 등을 신뢰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 당장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업력이 쌓이면 국내 기술로 자체 설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현대건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현대건설이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싱가포르에서 완료한 건축현장은 23곳, 토목ㆍ플랜트 현장은 13곳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싱가포르 사우스비치 복합빌딩 프로젝트는 지상 45층 복합빌딩과 쇼핑몰을 짓고 문화재 건물 복원 등을 진행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공사비만 총 6억7,150만달러에 달한다.

20년 동안 싱가포르에서 각종 현장을 진두지휘한 후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김충진 현장소장. 그가 생각하는 한국 건설의 문제와 해법은 무엇일까.

김 소장은 "싱가포르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업체들이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저가입찰에 나서 한국 업체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차근차근 업력을 쌓아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으로 결실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타르 도하 루하일 고속도로에서 만난 하영천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중동 현장에서만 30년의 세월을 보낸 전문가다. 그는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국내 업계의 수주 열의를 발주처들이 교묘히 이용하면서 저가수주가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중동 발주처들은 대부분 사전입찰심사제도(PQ)를 통과한 EPC 시공업체들을 상대로 개별 협상을 벌여 가격을 낮추는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 소장은 또 이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엔지니어링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미쓰비시 등 선진 건설사들은 현장에서 조그만 문제가 생겨도 본사에서 바로 기술지원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국내 업계도 현장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역량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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