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공원을 천주교 순교성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은 2011년 7월 천주교서울대교구가 정부에 청원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518억원의 예산으로 지상에는 '순교성지 조성공사', 지하에는 '순교성당'을 만들고 전국에 산재한 한국 천주교 유물을 집대성하는 기념전시관 등을 조성해 서소문공원을 '세계적 천주교 순교성지'로 만들어 '관광 자원화'할 계획이다. 서울 중구청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2018년 3월 시설물을 개관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시민사회단체·천도교인·동학 관련 단체 등은 서소문공원 역사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땅값만 해도 4조원 이상이라 평가되는 서소문공원을 천주교 단독성지로 개발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서소문공원에 천막농성을 시작해 5월 말 현재 농성 184일째를 맞았다.
동학 등 非천주교인 사형자 더 많아
범대위는 정부의 서소문공원 개발이 종교 편향정책이고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임을 밝히고 국민의 역사공원으로 재설계 시공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소문공원은 가톨릭신자뿐만 아니라 조선왕조 5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사형이 집행된 곳으로 천주교가 조선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개혁을 외친 허균과 홍경래 난 관련자,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관련 혁신주의자들도 이곳에서 희생됐다. 또한 서소문공원은 동학혁명의 지도자 김개남 장군 등이 효수됐고 동학 2세 교조 최시형 선생이 순국·순교 직전 인근의 서소문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과 고통 속에 재판받던 곳이기도 하다. 이승만 대통령도 서소문에서 감옥생활을 했고 1907년 일제의 군대해산 이후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수난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소문을 천주교만의 순교성지로 한다는 것은 보국안민과 민초의 삶을 위해 조선왕조에 반기를 든 개혁세력과 민중들의 한 맺힌 역사의 현장을 덮고 역사를 축소·왜곡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천주교 순교는 500년 조선왕조 내내 사형터였던 서소문공원 역사의 일부일 뿐이다. 특히 이곳에서 처형된 대표적 인물 황사영은 조선을 청나라로 편입시키거나 아니면 프랑스가 군대를 보내 정벌해달라고 요청한 바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처형된 인물로 천주교에서 순교라고 강변할 수 있어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일본에 나라를 바친 친일매국노와 다를 바 없다.
지난 5월21일 서울 중구청 주관으로 열린 '서소문공원 역사적 가치 발굴 학술토론회' 사회자인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위원은 이날 토론회 결과에 대해 "천주교 신자 외에 동학·갑오경장·갑신정변 등 다른 처형자가 많다(비율은 천주교 22%, 사회변혁 처형자 36%, 나머지 일반사범). 김개남 장군 외에 몇 분의 처형지 여부 등 몇 가지 쟁점이 남았고 쟁점 해소를 위해 앞으로 또 다른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천주교 순교성지화는 역사 축소·왜곡
범대위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고 자체평가하고 '서소문공원 지상과 지하에 우리 역사의 조형물 조성, 유물전시' 등의 요구를 구체화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족의 사적지이자 국민의 역사공원을 천주교만의 성역화로 개발하는 것은 철회돼야 한다. 만약 이대로 추진된다면 어찌 일본의 역사 왜곡을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천주교 순교성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소문공원이 서학천주교·동학천도교·민족역사사적지 등 함께 공존하는 평화상생의 역사공원으로 탈바꿈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