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만간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8일 미국 국채·달러·다우존스 지수 등 미국경제의 3대 지표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기록했다.미 재무부채권(TB) 30년물의 수익률은 심리적 저지선인 6%대에 올라섰고 일본 엔화는 1달러당 120엔의 벽을 넘어 119엔대로 진입하며 강세를 보였다.
FRB 내에서 매파로 알려져 있는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FRB 총재는 이날 『6개월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월가에서는 그의 말이 개인적 소견의 차원을 넘어 FRB의 치밀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중앙은행 간부의 발언은 금리인상에 가장 민감한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쳐 TB 30년물의 수익률이 0.03%포인트 상승, 6.0%에 마감했다. 이는 1년 만의 최고치로 올들어서만도 0.8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채권 딜러들은 TB 30년물의 수익률이 6.10%까지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월가에서는 FRB가 긴축정책을 밝힌 데 이어 조만간 단기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은 오는 16일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17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의회 증언 29일의 FOMC를 기다리며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러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시장전략가인 토머스 맥매너스씨는 FRB가 29일 이전에 금리인상을 단행하거나 예상보다 높은 0.5%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뉴욕증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에다 월가 거물들의 잇단 경고로 올 여름 더 깊은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증권의 수석투자전략가인 바튼 빅스씨는 『뉴욕증시는 25~30% 과대평가돼 있다』며 『일본이 회복되고 있으므로 일본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투자회사인 DLJ는 2000년을 앞두고 컴퓨터 시장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증시도 크게 동요했다. CNN 방송은 다우존스 지수가 10~15%의 조정과정을 거쳐 9,000포인트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화는 제임스 인호프 상원의원(공화)이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동의를 거부하겠다는 발언, 코소보 평화안 합의소식 등으로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증시가 조정과정을 거치는 동안 일본의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경우 엔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