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에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취업에 조금이나마 미련이 남아 있는 예비창업자가 이한주(44·사진) 스파크랩 대표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단연코 돌아올 답변은 '창업하지 마라'다. 스타트업(신생벤처)을 제대로 키우려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피땀 홀리며 공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공공지원센터에서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연 창업특강 '스타트업 오디세이' 강연자로 나선 이 대표는 "창업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사력을 다해 일할 각오가 없다면 스타트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출신인 이 대표는 지난 1998년 시카고에서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서버제공 벤처 호스트웨이를 공동 창업한 후 10여년 동안 25개 회사를 인수하는 등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2년 회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후 한국에 건너와 창업자들을 돕는 액셀러레이터(벤처육성기업) 스파크랩을 설립했다. 2년여 동안 국내 20여개 벤처에 투자하고 맞춤형 수학교육 플랫폼 기업 노리(knowRe), 지난 8월 미 탭조이에 인수된 게임운영 분석업체 파이브락스(5rocks), 화장품 유통벤처 미미박스(memebox) 등 스타트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일상의 불편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와 아이디어, 그리고 창업을 위한 팀 구성 등 이른바 스타트업의 '삼위일체'가 이뤄진다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트위터 등의 초기 투자로 실리콘밸리의 스타가 된 엔젤투자자 론 콘웨이가 창업자들에게 독려했던 말을 인용하며 '24/7/365'란 숫자를 제시했다. 1년 내내 매일 쉬지 않고 일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가혹하지만 창업자에게 가족을 두 번째로 여길 만큼 일에 몰두할 의지가 있어야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특강에 참석한 젊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사업 초기부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둘 것을 권유했다. 고 정주영·이병철 회장이 국내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나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처럼 해외진출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인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지 교포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한편 해외에 직접 상주해 시장을 파악하고 현지 투자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현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국내 사업성과도 필요하다.
그는 "현지 인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대학생들은 스타트업 꿈을 키우고 있다면 학교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을 폭넓게 사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연사로 함께 참석한 김용재 노리 대표는 창업 멤버들 간 목표 공유와 도전을 주문했다. 2008년 당시 글로벌 컨설팅 업체에 다니던 김 대표는 주입식 수학교육 시스템을 디지털 맞춤형 교육으로 바꿔보자며 동료들과 함께 창업했다. 실제 서울 대치동에 수학학원을 차리고 3년여간 수학 콘텐츠를 개발했다. 그는 "학생·학부모들이 느끼는 통점(pain point)을 고치겠다는 사명감이 창업 후 6년여의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 힘이 됐다"며 "창업은 동료와 함께 고통스러운 작업을 참고 이겨내고 보람을 얻는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