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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체에 유해한 프탈레이트 물질이 함유된 바닥재 가소제에 대해 환경표지 인증(환경마크)을 주지 않기로 하면서 바닥재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프탈레이트가 포함되지 않은 바닥재를 미처 개발하지 못한 반면 대기업들은이미 개발을 끝냈거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7월19일 '환경표지대상제품 및 인증기준'을 개정하면서 바닥재기업은 앞으로 합성수지제 바닥재를 제조할 때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사용하지 말도록 했다. 또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함유된 바닥재를 재활용할 경우에는 하부층에만 그 비중을 3% 이하로 적용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바닥재에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사용할 경우 환경마크 획득 가능성이 희박해진 셈이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란 폴리염화비닐(PVC) 바닥재에서 접착 등에 사용되는 첨가제다. 특히 프탈레이트는 남성호르몬 변화, 당뇨병, 소아비만 등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지적돼 사용 논란이 있어왔다.
LG하우시스, KCC, 한화L&C, 진양화학 등 대형 건자재 업체들은 이번 정부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프탈레이트가 전혀 함유되지 않은 가소제 제품 개발ㆍ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바닥재 시장은 LG하우시스, KCC, 한화L&C 등 대형사들이 일부 80% 이상 점유하고 있다.
LG하우시스의 한 관계자는 "LG하우시스는 실적에서 다소 손해가 있음에도 불구, 프탈레이트 가소제보다 단가가 더 비싼 친환경 가소제를 이미 선제적으로 100% 생산하고 있다"며 "정부가 그동안 친환경 가소제 시장 형성에 다소 미온적이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환경 규제 강화에 다시 박차가 가해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KCC의 한 관계자도 "프탈레이트가 포함되지 않은 가소제 개발은 이미 끝마친 상태"라며 "친환경 가소제만 써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완전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역시 이번 환경표지 인증 개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제 한국의 소비자들도 성숙기에 들어선 만큼 기업들도 프탈레이트 적용 제품을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환경 마크에 프탈레이트 사용 규정을 넣은 것은 잘된 일이나 환경 마크가 강제 사항은 아닌 만큼 정부가 더 규제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소비자단체의 환영과 달리 환경규제 강화로 중소 바닥재업체들은 향후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소업체 대부분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없는 제품 생산 준비가 제대로 안 된 탓이다.
이런 이유로 중소업계는 환경기준이 까다로워지는 것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25일 기술표준원이 PVC바닥재에 함유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비율을 상부층 1.5%, 하부층 5.0%로 제한하는 내용의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의 안전기준'을 고시했다가 중소 바닥재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내년 7월 이후로 유예했다.
중소업계의 반발에 대해 박 대표는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정부가 경제적인 논리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며 "프탈레이트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이 아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논리만 앞세워 규제 강화를 계속 미루는 것은 안전불감증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