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영업본부 소속인 CIA는 '고객 정보 확보(Customer Information Acquisition)'의 약자다. CIA 요원은 하루에도 5만장씩 쏟아지는 휴대폰 개통 서류를 점검하고 '비정상' 개통 사례를 찾는 일을 맡는다. 비정상은 가짜 신분증으로 휴대폰을 개통하는 사례를 말한다. 50여명의 요원들은 매일 1,000여장씩 개통 서류를 할당 받아 검토한다. 두 개의 모니터에 자신이 맡은 개통 서류와 전산 정보를 각각 띄워 놓고 비교하는 작업을 한다.
수많은 서류를 보다 보면 문제 있는 서류를 감쪽같이 짚어내는 경지에 오르기도 한다. 600번째 서류의 신분증이 300번째쯤에서 본 것과 비슷한 듯해 다시 찾아보니 위조 신분증일 때도 있다. CIA 요원들은 또 신분증에 사용되는 글씨체와 주민번호∙이름∙주소 등의 위치까지 정확히 기억한다.
김씨는 현장에서 주로 활약한다. 특히 비정상 개통이 많은 용산 등의 판매점을 찾아 '요즘 유행하는 수법' 등을 알아보기도 하고 손님인 척 휴대폰 대출업체를 찾아가기도 한다. 비정상으로 개통된 휴대폰은 범죄의 세계로 흘러든다. 스마트폰이 100만원에 육박할 만큼 고가다 보니 이를 위조 신분증으로 개통한 후 할부금을 미납한 채 보따리상 등을 통해 해외에 내다 파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위조 신분증으로 개통한 휴대폰을 보이스피싱∙스팸업자에게 넘기는 경우도 흔하다. 생활고에 쫓기던 사람이 비정상 개통한 스마트폰으로 수십만원씩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 근처에 가면 휴대폰 대리점이 많은 이유도 휴대폰으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담보로 잡힌 휴대폰 역시 밀수출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3월에도 3개월 동안에 4,000여대의 휴대폰을 중국으로 밀수출하다가 적발된 기업형 밀수출단이 검거되기도 했다.
CIA에서 올 들어 발견한 건수는 4,000여대 규모에 이른다. 김씨는 "우리나라의 밀수폰 시장 규모가 연간 500억~600억원 정도에 달하는 걸로 추정하고 있다"며 "비싼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밀수출도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분증 위조, 밀수출, 불법 대출 등의 사례를 적발해도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드물다. 특히 밀수출 등은 '몸통'이 아닌 심부름꾼이나 보따리상만 붙잡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기업형의 대규모 조직이라면 경찰에서도 관심을 갖지만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신분증 위조와 밀수출을 일일이 감시하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은 자체적으로 대응방안을 강화했다. SK텔레콤의 경우 비정상 개통에 연루된 판매점을 경찰에 고소하고 있다. 올해 1차로 21개 판매점을 고소한 데 이어 조만간 30여곳을 추가로 고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