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일본 국적의 30대 남성이 일본인 최초로 ‘태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한 여대생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3일(현지시각) 싱가포르 매체 CNA,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원은 지난 1일 강간, 성폭행, 음란물 촬영 등의 혐의를 받는 일본 국적 키타 이코(38)에게 징역 17년6개월과 태형 20대를 선고했다. 싱가포르서 일본인에게 태형이 선고된 건 이번이 최초다.
미용사였던 키타는 2019년 12월 대학교 1학년생이었던 피해 여성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키타는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술에 취한 A씨를 아파트에 데려가 엘리베이터 로비에서부터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침실로 이동한 키타는 자신의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침대 근처 테이블 위에도 핸드폰을 올려 또 다른 영상을 찍었다.
그의 범행은 A씨가 의식을 되찾기 시작할 때까지 이어졌다. A씨는 친구에게 연락해 상황을 알렸고, 아파트를 빠져나와 친구가 불러준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 A씨는 사건 다음날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 당일 키타는 체포됐다.
경찰이 키타의 휴대전화를 압수조사한 결과 각각 24초와 40분 길이의 범행 영상이 발견됐다. 키타는 검찰에 ‘성관계가 좋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범행 영상을 친구에게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으며 멈추라고 반복적으로 간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 폭행을 계속했다”며 “피해자는 사건 발생 수년이 지난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입힌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는 분명히 취해 있었으며, 항거불능상태였다”며 “잔인하고 잔혹한 범행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양형은 무거워져야 한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다만 소송 절차가 지연된 점을 감안해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태형은 막대기로 등이나 볼기 등을 때리는 방식의 형벌이다. 현지 법원에 따르면 태형은 50세 미만의 남성 범죄자에게만 적용되며, 태형의 최고형은 24회다. 수감자의 두려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예고없이 집행하며, 1분당 1대씩 최대 160㎞/h 속도로 때린다. 남성의 경우 수년간 발기부전증이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