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변함없는 전당대회 돈봉투

"A당의 전당대회 당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금품 살포 의혹이 제기되고 흑색 선전물이 나도는 등 갖가지 혼탁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1998년 모 일간지 1면 헤드라인 뉴스의 일부다. 이로부터 14년이 지났건만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돈봉투'의 오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쇄신에 나섰던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민주통합당도 당장 1ㆍ15 전당대회를 앞두고 터진 일부 후보의 돈봉투 제공 의혹으로 국민 경선 등으로 힘들여 쌓았던 '정권 교체 대안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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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책임자 처벌과 공천에서의 불이익을 얘기하지만 이미 흠집이 난 정치권의 부패 이미지는 돌이키기 힘들어 보인다. 또 국민의 정치 혐오는 극에 달하며 4ㆍ11 총선의 전망을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안갯속으로 만들고 있다.

사실 이번에 논란이 된 돈봉투 사건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선거에 비해 모집단이 훨씬 적은 정당 내 경선은 돈으로 인한 표 매수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이른바 '만사돈통'의 유혹에 쉽게 노출돼 있다.

이 같은 행태가 그저 관행으로만 치부되지 않는 것은 정치권을 제외하고 우리 사회가 지난 십수년 동안 발전됐다는 것이다. 당내 선거라는 이유로 조직 선거가 용인되고 이 같은 조직을 동원하기 위해 적절히 돈을 사용하는 정치 문화에 대해 국민은 이제 '노(NO)'라고 단호히 말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 후진적이라는 얘기다. 각 당은 사태 수습을 위해 '특정인'을 겨냥해 꼬리 자르기 하듯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도 우리 국민은 알고 있다. 정치권의 솔직한 자기 반성과 과거 구태를 끊는 원천적인 해결이 없다면 총선이나 올해 대선에서 정치권이 유례없는 냉혹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정치권만 모르는 것 같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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