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2008년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 분석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아시아 지역에서 IB들이 올린 매출이 118억달러로 2008년 이후 가장 작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10% 감소한 규모로 2010년 157억달러에 비해서는 약 25%나 줄었다.
아시아 지역의 부진은 2007년 이후 최고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서구 지역 시장과는 상반된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올 들어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주식공개, 인수합병(M&A), 채권발행 등 IB업무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IB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2%, 10% 늘어난 360억달러와 175억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의 부진은 경기회복세가 느린데다 과당경쟁으로 수수료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 기업들의 몇몇 대형 M&A 성사로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11% 늘어난 5,208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건수는 12% 감소하며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채권인수중개 금액도 15% 하락한 9,280억달러에 불과했다. 노무라증권의 마크 윌리엄스 아시아IB대표는 "거래금액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지만 너무 많은 IB가 경쟁하면서 수수료가 하락하고 이는 업계 전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B들은 금융위기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경제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앞다퉈 이 지역에서 영업조직을 확장했지만 오히려 선진국보다 경기회복이 뒤처지면서 IB 매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IB들은 아시아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직원을 줄이는 등 사업축소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