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축銀 구조조정, 원칙이냐 현실이냐

적기 시정조치 대상에 대형사 2~3곳 포함<br>엄격한 잣대 적용땐 영업정지 가능성 크지만<br>"시장 파장·정치 일정 고려해야" 현실론 부상


저축은행 구조조정 대상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관심은 적기시정조치의 대상이 포함된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저축은행 2~3곳이 실제로 퇴출될지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금까지 대형 저축은행도 구조조정의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원칙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분당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중요한 정치 일정들을 앞둔 시점에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여권의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당국도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원칙을 끝까지 사수하면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지, 현실을 감안해 영업정지 대상에서 가급적 제외할지가 막판까지 변수로 작용하고 이것이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늠할 것임을 보여준다. ◇최악의 경우 대형 2~3곳도 영업정지=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 경영진단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 미만이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오른 16개 저축은행들에 오는 13일까지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할 저축은행 중에는 자산규모로 10위 안에 드는 대형 저축은행도 2~3곳이 포함됐다. 당국은 이들의 경영개선 계획을 평가해 최종 적기시정조치 대상을 이달 말까지 확정한다. 대주주 증자나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의 결과에 따라 퇴출 대상이 정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구노력 외에도 자산분류나 대출모집인 수수료 비용 처리와 관련된 회계처리 방식에 따라 세부 평가 결과는 조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대형 저축은행도 영업정지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원칙대로 하면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대형 저축은행들이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찮은데다 계열사 매각 작업도 그리 순탄치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원칙론보다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마를 쓰러뜨릴 경우 시장에 전해질 파장을 고려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형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 업계 전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며 "금융 당국의 경영개선 계획 평가가 구조조정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일정 고려한 현실론 대두=이 때문에 금융권은 물론이고 당국 내에서도 대마(大馬)를 살려줘야 한다는 현실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고려해 구조조정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다음달 재ㆍ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ㆍ대선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살릴 수 있는 저축은행은 최대한 살리자는 현실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권에서는 지난 4·27 재ㆍ보궐 분당 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에게 패한 원인 중 하나가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이반된 민심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대형 저축은행을 또다시 영업정지시키면 정치적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축은행들에 충분한 자구노력의 기회를 주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구노력 등을 감안해 9월 말 최종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대마는 살려야 한다'는 현실론에 무게를 싣는 듯한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위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시장도 좋지 않은데 구조조정 대상을 늘린다고 득될 게 뭐냐"며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저축은행 자구계획에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시간이 걸려도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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