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황” 왜 왔나/정책마다 실책­실기­실효

◎어설픈 시장논리… 기아 질질끌다 “만신창이”/이달들어 대책 8회발표 불구 “백약이 무효”정부의 잘못된 상황인식과 거듭되는 정책실패가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 지연과 금융기관의 부실로 가뜩이나 취약해진 우리 경제가 금융개방의 후유증으로 걷잡을 수 없이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상황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정책 실기를 거듭, 위기에 처한 경제를 나락에 빠뜨리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이달들어 모두 8차례의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 직접적인 증시부양대책만도 세차례나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이에 따라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 금융시장이 사실상 마비되며 공황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동남아 외환위기와 세계증시의 동반하락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의 잇단 정책실패로 한국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대내외를 막론하고 일거에 실추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기아사태에 대한 정책판단에 실패, 석달 이상 끌면서 경제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가 통치권자 또는 당국의 안정의지 천명에 힘입어 곧바로 회복세를 보인 반면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누적된 내우로 외환을 견뎌내지 못하는 양상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잇단 부도와 동남아 외환위기, 외국인 이탈 등 안팎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데도 현경제팀은 상황인식을 못하고 어설픈 시장경제론만 고집, 화를 자초했다. 상황이 크게 악화된 후 뒤늦게 대응하면서도 마지못해 대책을 내놓고, 그것도 임기응변식 땜질처방에 그침으로써 시장참여자들의 실망감을 부채질,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강경식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지난 29일 대국민담화문까지 발표하며 내놓은 대책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외면하는 자세로 일관, 그동안 쌓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가를 실감케 했다. 재경원은 정책선택이 한계에 다다르자 국내 거주자들의 달러매입을 제한하는 등 시대를 거스르는 조치까지 채택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으나 과연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부가 구멍난 댐을 손가락으로 막으면서 괜찮다고 하는 형국』이라며 『대내외의 정책불신이 극도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팀이 스스로 물러나 분위기를 쇄신하는 길만이 남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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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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