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환경에서 또 몰아쳐오는 환경에서 인간이 살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을 그리다보니 이웃이 필요했고 환경을 딛고 삶을 유지할수 있는 도전의 힘을 사랑이란 단어에서 찾을수 밖에 없었다』문화관광부 종무실장이란는 공직에 있으면서도 작품활동을 지속적으로 펴온 이길융씨는 「사랑이란 그림자를 저울에 달다」(신원문화사 펴냄)를 펴내면서 이렇게 출간의 변을 밝혔다.
「통일수도 만들기」등 소설 6편과 「어쩌고할머니의 해방」등 희곡 4편을 한데 묶었다.
『남녀간의 젊고 청순한 사랑, 부부간의 끈끈한 유대의 사랑, 부모자식간의 희생적인 숨은 사랑, 형제간의 깊은 샘물 같은 마르지 않는 사랑, 친구간의 타산적이면서도 옹달샘같은 시원한 사랑, 모든 관계에서의 사랑을 그리다 보면 항상 무게가 느껴졌다』는 이길융씨. 그에게는 『말을 아끼는 작가』라는 평이 따라다닌다. 간결한 문장과 절제된 수식 속에서 작가는 삶의 깊이를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표제작 「사랑의 그림자를 저울에 달다」는 6·25전쟁이 개인의 인간성을 얼마나 왜곡시키고 후유증을 앓게 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 가족상잔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표출시키면서 결국은 통일이 왜 우리문학의 주요한 화두가 되어야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예술의 행로와 모순투성이의 애욕을 그리고 있는 「조각에 들린 들꽃」은 한 조각가의 모델이 된 농구선수의 우람한 육신이 얼마나 허황된 과정을 통해 몰락하는지를 흥미롭게 그린다.
이처럼 작가는 통일라든지 또는 예술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빼놓지 않는다.
때문에 문학평론가 정신재씨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렇게 결론짖고 있다.
『이길융씨의 소설은 사랑을 중심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이것은 독자에게 지순한 사랑의 분위기를 통해 순수성을 회복하게 한다. 또한 작가의 희곡은 역사의 흐름가운데 형성된 인간의 여러 군상을 함축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작품의 틀 안에서는 비뚤어진 인간성과 모순된 현실을, 밖에서는 이상적인 인간성과 현실을 제시한다』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