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시장의 회복을 주도해온 이머징 마켓이 올해도 잘 달릴 수 있을까.' 지난 2009년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머징 마켓에 대해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지난 2009년 75%의 기록적인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5%의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낄 만한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월가는 올해도 선진국 시장보다는 이머징 마켓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세계적 투자 귀재인 마크 모비우스 탬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이머징 마켓은 일반적인 강세장에 들어섰으며 이러한 추세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며 "신흥국가들의 성장률이 선진국에 비해 세 배나 높고 국가부채 문제도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금 유입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머징 마켓 강세를 전망하는 근거는 우선 높은 경제성장률이다. 지난해 연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등 5개 주요 투자은행들이 예상한 신흥국 평균 성장률은 6.7%다. 전년에 비해 0.8%포인트 낮아진 수치이기는 하지만, 1%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 일본과 유럽은 물론 3.1%로 예상된 미국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아시아지역에서 일본을 제외한 주요 5개국(중국, 한국, 싱가포르, 대만, 태국)의 올해 성장률을 7.9%로 예상했다. 이머징 마켓을 견인한 또 다른 요인인 투자자금 유입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이머징 마켓에 유입된 자금은 1,860억달러로 추정되며 올해는 1,430억달러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역시 2005~2009년 평균인 620억달러 보다는 훨씬 큰 규모다. 최근 잰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금리 수준은 2011년, 2012년에도 제로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저금리 추세 유지는 투자자금을 이머징 마켓으로 유도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월가는 올해 이머징 마켓이 지난해에 비해 20~30%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MSCI이머징마켓지수는 1,290, 일본을 제외한 아ㆍ태 지수는 54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19%, 20% 높은 것이다. 크레디스위스는 MSCI이머징마켓지수가 1,3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UBS는 한발 더 나아가 이 지수가 1,700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의 고점보다도 27%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머징 마켓에는 불안요인들도 상존하고 있다. 우선 일부 시장의 과열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캐피탈IQ에 따르면 터키의 ISE-100지수가 지난 1년간 50.28% 오른 것을 비롯해 아르헨티나는 48%,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각각 44%와 40% 상승하는 등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 같은 주가 급등으로 이머징 마켓은 선진국에 비해 더 이상 싸다고 할 수 없게 됐다. 이머징 마켓의 주가수익비율 역시 16.6으로 선진 시장의 17.3에 비해 크게 낮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존 폴 스미스 도이치뱅크 수석전략가는 "과거 이머징 마켓은 선진국 시장에 비해 현저하게 할인된 가격에서 거래됐지만 지금은 대등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상품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긴축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흐름도 경계의 대상이다. 상품가격이 치솟을 경우, 투자자금들이 주식시장보다는 상품시장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높다. 또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을 가속화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주식시장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1ㆍ4분기에 아시아국가들을 중심으로 금리인상 움직임이 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불안요인에 더해 미국의 경제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주가상승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미국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지인 머니모닝의 케이스 피츠 제랄드 투자전략가는 "이머징 마켓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미국 기업 가운데 해외매출 비중이 높고, 이머징 마켓에서 인기 있는 기업들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