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경제 복합불황 덫에 걸리나] 유럽 재정난 - 미국 출구전략 - 중국 난착륙 우려… 곳곳 암초

■ 하방위험 커지는 세계경제

은행부실·부동산 버블 등 뇌관… IMF·世銀 "성장률 전망 하향"

인도·인니·브라질 등 신흥국도 성장 둔화에 험난한 앞길 예고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예상보다 회복세가 저조한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 재점화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에 따른 불확실성, 중국의 난착륙(rough landing) 우려 등 각종 리스크 요인이 널려 있는 상태다. 특히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이라크 내전 사태가 전면적으로 비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는 메가톤급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6일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예상보다는 저조해 조만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며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고 투자 지출이 여전히 활기가 없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 4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7%에서 3.6%로 하향조정 했는데 3개월 만에 또 내리겠다는 것이다. 세계은행도 지난달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2%에서 2.8%로 0.4%포인트나 깎았다.

글로벌 경제의 둔화는 한국 경제의 주요 성장엔진인 수출에 타격을 준다.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로 가뜩이나 내수가 취약한 마당에 수출 둔화는 우리 경제를 대내외 동반 부진의 늪으로 이끌 게 뻔하다.


현재 경기 재침체 우려가 가장 높은 지역은 유럽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인 마킷에 따르면 6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1.8로 시장 예상치인 52.2와 5월의 52.2를 모두 밑돌았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 등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는데도 제조업이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더구나 유로존 경제를 이끌어야 할 독일과 프랑스의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저조한 게 위협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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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최근 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방쿠이스피리투산투(BES)의 지주회사인 이스피리투산투인터내셔널(ESI)이 13억유로의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발각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BES 같은 대형 은행도 재무제표를 조작한 판에 중소은행은 더 심각한 부실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연합(EU) 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를 잃을 경우 포르투갈 은행 위기가 주변국으로 전염되면서 2009년 유럽 재정위기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주요국 가운데 경제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도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이라는 변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준은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발표하면 가뜩이나 거품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증시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닥터 둠'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는 최근 "모든 자산에 형성한 거대한 버블은 결국은 터지기 마련이고 이미 터지기 시작한 부문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연준의 조기 기준금리 인상설이 현실화하면 본드런(대규모 채권 환매)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의 설명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이후에만 무려 9,000억달러의 자금이 채권펀드에 추가 유입됐는데 한번 채권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면 투매 사태 발생으로 미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미니 부양책에 힘입어 6월 제조업 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경착륙 가능성은 줄었지만 성장률이 6%대를 기록하는 난착륙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섀도 뱅킹(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및 국유기업 부채 등 뇌관이 여기저기 깔려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중국 경제가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잘 운영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제도 하방 압력이 존재한다"며 경계감을 보였다. 중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분기 만에 가장 낮은 7.4%에 머물며 중국 정부 연간 목표치인 7.5%를 밑돌았다.

올 들어 주가와 통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도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취약 5개국(fragile five)'은 지난해 5월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글로벌 자금이 탈출하면서 금융위기 조짐까지 보였다. CNN머니는 "신흥국은 연준의 긴축 정책, 정권교체 등 정치 리스크, 성장 둔화와 고물가라는 취약한 경제, 이라크 내전 사태 등 4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 금융시장이 또 한 번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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