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KTㆍ소프트뱅크 손잡고 일본 전력난ㆍ지진피해 대응

KT와 소프트뱅크의 클라우드 컴퓨팅 합작사 설립은 국내 통신기업이 일본 기업들이 이용할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첫 사례다. KT관계자에 따르면 양사의 합작사 설립은 양측 최고경영자(CEO)의 빠른 판단과 대지진ㆍ원자력 발전소 사고라는 일본의 상황이 맞물려 순식간에 이뤄졌다. 이석채 KT회장은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협력해 지진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KT로서도 IT가 내수산업이라는 통념을 깨고 해외 진출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석채-손정의 회장의 발 빠른 결정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석채 KT 회장을 찾은 건 지난달 12일이었다. 손 회장은 당시 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사업 협력을 제안했고, 이 회장은 이틀 후인 14일 곧바로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양측이 오는 9월 설립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합작사 'KTSB데이터 서비시즈(가칭)'은 이렇게 일사천리로 논의가 진행됐다. KT와 소프트뱅크가 이처럼 신속하게 손을 잡은 데는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의 영향이 컸다. 당시 100억엔을 쾌척할 만큼 지진 피해 복구에 신경을 썼던 손 회장이 지진 피해가 거의 없고 전기세도 낮은 한국을 거쳐 일본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KT가 지난해 9월 이미 소프트뱅크에 KT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설 이용을 제안한 덕도 컸다. KT는 지난해부터 단순한 통신사업자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목표 하에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도 공을 들여왔다. ◇일본 기업들 김해서 서버ㆍ데이터 관리 = KT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사는 우선 경남 김해에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는 10월 전까지 목동의 데이터센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여름부터는 개인ㆍ기업의 서버 장비를 대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가을부터는 업무용 자료를 관리해주는 백업 서비스를 일본 기업들에 제공한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각종 재해가 발생했을 때 데이터를 보호해주는 재해복구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는 지진ㆍ해일 등으로부터 안전한 외국의 데이터센터를 찾고 있는 일본 기업들에게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데이터 센터 시장규모는 올해 5,800억엔(7조5,000억원)이며 매년 약 9.7%의 성장이 예상된다. 덕분에 합작사의 목표 시장규모도 오는 2014년에는 2,450억엔(약3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건 한일 해저를 잇는 광케이블 덕분이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2002년 초 개통된 KJCN(Korea Japan Cable Network) 광케이블을 통해 우리나라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게 된다. 양사는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위해 10G급의 대용량 전용라인을 운영하며 앞으로 서비스 활성화에 따라 이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예비 네트워크도 확보돼 있다. ◇일본 전력난 대응에도 기여 = 양사의 합작은 일본 기업들의 전력 사용량 절감 수요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전력사용 제한령' 시행을 통해 기업들의 전력 사용량을 15% 감축할 예정이다.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은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동일 면적 기준으로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더 많은 서버를 관리하면서도 전력 효율을 2배 높인 KT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KT는 일본시장 진출을 계기로 한국을 글로벌 데이터 센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우선 아시아의 15억 인구를 겨냥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서비스를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소프트뱅크와의 합작이 성과를 거둘 경우 이 같은 목표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또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해외 통신사업자들과도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KT는 유럽 이동통신사들과도 클라우드 사업 협력을 위해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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