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굴절된 중국 현대사 진실 파헤치다

■ 왕단의 중국현대사(왕단 지음, 동아시아 펴냄)<br>마오쩌둥, 한국전 참전 결정은 민족주의 자극위한 정치적 전략<br>톈안먼 사태 지도자였던 저자 中 건국 이후 역사 비판적 서술


1989년 6월 3일 저녁 8시, 톈안먼(天安門) 광장 인근 쫑허우다위안(總後大院)에 집결해 있던 38군 소속 군부대가 톈안먼 광장으로 돌격하라는 출격 명령을 받았다. 시민들은 인간 바리케이드를 쳐서 막았다. 밤11시 정각까지 대치가 계속되다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발포, 후퇴, 부상자 응급 처치, 전진, 재발포가 반복되면서 시간은 흘렀다. 4일 새벽 3시, 가장 참혹한 장면이 등장했다. 흰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큰 걸음으로 계엄군 앞으로 다가갔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한바탕 수많은 총성이 일었다. 사람들은 총에 맞은 6~7명을 남기고 후퇴했지만 흰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은 계속 혼자서 계엄군을 향해 나아갔다. 경계선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았을 때 한방의 총성이 울렸고 그녀는 쓰러졌다.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역시 대학생인 남동생이 그날 밤 맞아 죽자 동생의 복수를 위해 시위에 참가했다고 한다. 6ㆍ4 톈안문 사건은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히지만 여전히 금기다. 이 책의 저자인 왕단은 톈안먼 사건의 주역이자 지도자였다. 사건 이후 당국이 발표한 학생 수배자 명단 제일 앞에 그가 있었다. 그는 체포 후 '반혁명선전선동죄'로 4년형을 선고받았다. 석방 후 정치적 반대운동을 지속한 그는 1995년 '정부전복음모죄'로 다시 체포돼 11년형을 선고 받았고, 1998년 미국으로 추방당했다. 중국 현대사의 소용돌이를 온 몸으로 겪은 그는 미국에서 학자로 변신했다.

저자는 "현재의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송과 명청의 역사보다, 현대 중국의 뿌리인 공산당 60년사를 알아야 한다"며 "지금의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의 새로운 국가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 과정부터 문화대혁명, 톈안먼 사건, 개혁개방 등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굴절된 중국 현대사의 진짜 모습을 추적한다.


저자는 마오쩌둥에 대해 자기모순의 결정체라고 규정한다. 마오쩌둥은 한편으로는 지식인으로 자처하면서 지식인을 중시했지만 한편으로는 지식인을 탐탁히 여기지 않았으며 심지어 경멸하기조차 했다. 그의 이러한 심리는 철저한 사상 개조 정책을 채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1972년 2월 닉슨의 중국 방문 사건이 중소 관계가 소멸되고 중미 관계가 시작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당시 중국 측은 닉슨의 방문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는데, 닉슨과 마오쩌둥이 악수하는 장면은 전세계에 화제를 뿌렸다. 당시 닉슨이 만리장성을 방문하는 일정이 잡혔는데, 전날 눈이 많이 쌓여 교통이 불편하자 중국 정부 당국은 60만~70만명을 동원해 댜오위타이부터 만리장성까지 가는 길의 눈을 치웠던 일화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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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한국전쟁'에서는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배경 등을 심층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은 마오쩌둥의 정치적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함으로써 중국인들의 민족주의를 자극해 국민적 단결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한국전쟁에서 중국이 서양과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위엄을 세우는 데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한국전쟁의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남침 계획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김일성은 크게 낙담했다. 1950년 1월 17일 주중 북한 대사의 환송회장에서 김일성이 술에 취해 크게 울부짖으며 소련 관리들에게 자신의 '조선 통일 계획' 완수를 지원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고 한국전쟁을 연구한 중국 학자 선즈화(沈志華)의 얘기를 인용한다. 난처해진 주 북한 소련 대사는 이틀 뒤 스탈린에게 이 상황을 전보로 알렸고 스탈린은 같은 달 30일 김일성의 계획에 동의한다는 답신을 보냈다는 것이다. 책은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거시적인 흐름은 물론 중요한 역사적 기점에서 일반에는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과 일화들을 자세하게 묘사해 생생한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2만 2,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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