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發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지각변동

GM, 푸조시트로앵 지분 7% 인수 협상 마무리<br>피아트·다임러 등 대표 기업들 합종연횡 나서


지난해 12월 스웨덴의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업체인 사브 자동차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파산했다. 지난 1947년부터 무려 64년 동안이나 스웨덴을 대표했던 자동차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한국ㆍ일본 등 아시아 업체들의 약진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유럽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언제라도 제2의 사브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떨어야 했다. 이 때문에 푸조-시트로앵, 피아트, 다임러 등 유럽의 대표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 개발 및 생산, 지분 인수,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제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제너럴모터스(GM)가 푸조-시트로앵의 지분 7%를 인수하는 협상이 빠르면 29일(현지시간)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두 회사는 이번 제휴를 통해 공동으로 부품을 구입하고 엔진을 개발할 경우 유럽 시장 판매부진의 손해를 만회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두 회사의 비용 절감 효과는 20억~30억달러에 이른다.


푸조-시트로앵의 경우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1.1% 줄어들었으며, GM 역시 유럽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자회사 오펠의 부진으로 7억 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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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피아트도 협력사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과잉 생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휴 상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기기 위해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합병 추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아트는 현재 적자가 많은 유럽 소형차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유럽의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일본의 스즈키나 마츠다 등도 제휴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독일의 다임러그룹과 일본의 닛산자동차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메르세데스-벤츠 신형의 4기통 가솔린 엔진을 공동 생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WSJ은 "(최근의 전략적 제휴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유럽 이외의) 상대편도 (제휴 상대를 찾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유럽 자동차 기업의 이 같은 전략적 제휴 움직임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1월 유럽의 신규 차량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나 줄어들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07년 이후 서부 유럽에서 자동차 판매가 14%나 줄어들었다"며 "줄어든 수요를 감안하면 연간 150만대를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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