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환율전쟁 시작" "유연한 운용" 시선 엇갈려

■ 위안화 가치 7개월래 최저

"과도한 절상은 오히려 독" 인민은행 의도적 실험 나서

절하 지속땐 자금 유출 금융권 디폴트 위험 커져


중국 외환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국고채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불과 두달 만에 30bp(1bp=0.01%)나 급등하며 금융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며 중국의 환율정책 자체가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당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며 '환율전쟁'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갑작스러운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인민은행의 의도적 실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인민은행은 외자유입과 내수진작·물가안정 등을 위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해왔다.


하지만 투자확대로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절상은 오히려 중국 경제에 독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위안화 절상이 외자유입과 소비증가라는 순기능보다 부채를 늘려 금융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롬바드스트리트리서치의 다이애나 초일레바 거시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WSJ 기고문에서 "위안화가 위험할 정도로 과대평가돼 중국 경제에 해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위안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지난 2005년 이후 최근까지 꾸준히 올라 약 35% 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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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인민은행이 위안화가 상승과 하락 등 두 방향으로 모두 움직일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조만간 위안화의 하루 변동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의 환율변동폭이 마지막으로 확대된 것은 2012년 4월. 당시 하루 ±1%로 위안화 변동폭을 늘린 후 위안화 환율은 5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젠스 노드빅 노무라증권 외환 스트래지스트는 "인민은행이 외환시장 개혁일정에 따라 위안화 변동폭을 ±2%로 확대하기 위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단기 변동성을 수용하고 있다"며 "위안화를 좀 더 유연하게 운용하며 경제정책 운영의 운신폭도 넓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이 최근 일고 있는 부동산 거품 논란에 불을 지피고 은행권에 자금압박을 가할 경우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요동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경제전문지 톈센트차이징은 "위안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중국도 신흥시장처럼 자금유출이 시작될 수 있다"며 "유동성 부족은 결국 시장금리 급등과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이어져 금융권의 디폴트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과 함께 중국 자금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블룸버그는 중국 자금시장의 수급불안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직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2년 만기 국채 같은 만기의 금리스와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19일 121bp로 벌어졌다고 전했다. 또 단기금리인 3개월물 시보와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의 스프레드도 8개월 사이 94bp까지 확대됐다.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것은 신용경색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험거래와 안전거래의 차이를 나타내는 리보와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와프(OIS) 간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신용경색이 확산됐다.

기업들의 자금사정도 악화하고 있다. 1월 신용등급 'AA-'와 'AAA' 등급 기업의 5년물 회사채 스프레드는 224bp로 201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AA-' 등급이 글로벌 투자부적격(정크) 등급과 동급이기는 하나 이 상황에서는 아예 자금조달이 어렵다. 자칫 신용경색에 따른 기업들의 연쇄도산도 우려된다. 궈타이쥔안증권의 쉬한페이 채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광산업체의 신탁증권 디폴트를 정부가 나서 막긴 했지만 단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디폴트도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금·외환시장이 동시에 어려움에 처했지만 중국의 관치금융은 여전한 버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훠잉 BNP 파리바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단기자금 소요와 성장둔화 전망이 부정적이기는 하나 중국 금융시장이 여전히 철저하게 통제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맞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중국 국채는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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