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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TV 드라마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문제가 연일 화제다. 작가가 현실 문제를 반영한 것인지는 몰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증가 추세에 있다. 드라마 속 사례처럼 환자의 동의 없이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독소조항도 문제지만 의학적으로는 초기 정신질환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잦은 재발과 장기 입원이 문제가 되는 대표적 정신과 질환은 조현병이다. 흔히 정신분열병으로 알려진 이 질환은 급성기 환청이나 망상 등이 주증상이다. 많은 이들이 나와 상관없이 특정인만 겪는 병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인구 100명 중 1명이라는 적지 않은 유병률을 보인다.
조현병의 재발이 잦은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약물순응도 때문이다. 환자 대부분은 발병 초기에 스스로 질환을 인정하기 쉽지 않고 이에 따라 약을 제때 먹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조현병은 발병 초기 1∼2년의 치료가 특히 중요한데 질환을 부정하면서 초기 약 복용을 거부하는 동안 재발이 반복되고 이에 따라 만성화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조현병 만성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질병부담도 만만치 않다. 전체 정신과 질환 중 유병률로만 보면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 등이 높지만 총 진료비에서 가장 많은 질병 부담을 차지하는 질환은 조현병이다.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조현병의 총 진료비는 최근 4년 새 약 656억원 이상 증가했고 의료급여 환자 중에서도 정신과 질환 중 조현병 질병 부담이 가장 높다. 한 해(2005년) 조현병 1개 항목 치료에 지출되는 국가 전체 의료비 비중은 1.6%에 달하고 직접 의료비용 외에 노동력 상실 등의 간접 비용을 포함하면 조현병에 따른 사회적 손실은 3조2,51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항정신병 약물의 발전으로 조현병은 입원하거나 매일 약을 먹지 않아도 치료가 가능하다. 입원치료는 급성기만 하면 되고 이후에는 약만 꾸준히 복용하면 된다.
현재 한 달에 한 번 맞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나와 있어 복약 실패에서 비롯되는 증상 재발을 방지하고 통원관리를 돕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기존 경구용 약물군 대비 재발률을 약 2.93배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은 스스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질환 진행 양상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조현병을 관리하면서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은 존 내시의 사례처럼 장기 지속형 주사제 등 효과적인 치료시스템을 통해 초기부터 집중 관리한다면 조현병 환자도 건강한 일상생활과 삶의 질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