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초연금 차등지급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어르신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는 기초연금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시행까지 다섯 달도 채 안남았지만 야당이 차등지급에 대해 강력 반대하면서 국회 통과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등지급을 찬성하는 측은 국민연금액의 일부는 기초연금 성격이 담겨 있으므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게 형평성에도 맞고 재정부담도 덜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차등지급은 국민연금 장기가입 의지를 떨어뜨려 공적연금체계에 위협을 주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불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 찬성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국민연금엔 기초연금 성격 포함돼 있어

일괄지급 땐 미래세대 재정부담 커져

기초연금을 향한 고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기초연금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지만 오는 7월부터 65세 이상 어르신 7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 기초연금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도 크지 않다. 이제 남은 쟁점은 지급대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이미 수급하는 10% 노인에게 기초연금액을 차등할 것인지 여부밖에 없다.

대상노인 중 10% 정도의 어르신에게 국민연금 수준에 따라 기초연금을 최대 10만원까지 감액하는 정부안을 야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을 전액 받지 못하는 노인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기초연금의 원래 취지로 보면 기초연금액을 차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점은 있다. 그러나 이 논리라면 상위소득자 3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된다. 상위 3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양해하면서 나머지 70%에게는 일괄적으로 동일 금액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을 일정 금액 이상 수급하는 경우 기초연금을 적게 지급하는 정부안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역차별이 아니냐 하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국민연금에는 기초연금 성격이 급여에 포함돼 있다. 예들 들면 5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연금액 중 본인이 낸 연금보험료의 원리합계액에 해당하는 것은 절반도 되지 않고 25만원 이상의 세대 간·세대 내 소득 재분배 개념의 기초연금 상당액을 이미 받고 있다. 기초연금은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어 공적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아도 소액인 노인에게 지급되므로 가난한 어르신을 역차별해왔던 우리 노후 소득보장체계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안은 이점을 상당 고려해 설계된 것으로 평가된다.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많아지고 자연적으로 국민연금액이 높아지면 기초연금 수급자가 일부 감소하는 것이 재정적 측면과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연금기술적으로 봐도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상위 30%와 지급하는 70%를 무 자르듯이 구분하는 것은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들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법이나 기초연금법 정부안에서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실제 소득액을 합한 금액으로 상위 30%를 구분하는 기준점으로 하고 경계선상에 있는 분들에게는 연금액을 조정하는 구간을 두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가장 명시적인 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액을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일정구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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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측면에서도 기초연금을 일괄적으로 20만원 지급하는 안과 차등지급하는 안 사이에 차이가 있다. 현시점에서는 4,000억원 차이가 나고 2040년에는 정부안은 99조8,000억원이 필요하지만 70% 일괄 지급하는 안은 111조6,000억원이 필요하고 2060년에는 각각 228조원과 263조8,000억원으로 차이가 확대된다. 전액 조세로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직접 세대 간 재분배가 이뤄지므로 크기가 커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은 커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기초연금 도입으로 노인빈곤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소득이 거의 없는 노인 어르신에게 최소한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기초연금의 도입으로 노후소득보장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닌 만큼, 일단 여야 모두 너무 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우려에 기초한 주장은 한발씩 양보해 가능한 한 빨리 기초연금법을 의결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반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기가입자 역차별 공적연금 흔들고

불공정 시비 등 더 큰 사회적 비용 초래

최근 한국 기초연금 논쟁의 핵심은 기초연금 급여를 국민연금과 연계시켜 차등화시킬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대선공약과는 크게 다른 정부 기초연금안을 내놓으며 대통령은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연금을 드리지 못한다고 사과했지만 대상의 보편성 포기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계해 삭감하는 내용이었다.

기초연금 급여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계시켜 삭감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차등지급은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초연금 급여에 페널티를 주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낮추고 국민연금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을 낳는다. 이는 임의가입자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둘째,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삭감안은 불공정성을 야기한다. 정부안에 따르면 장기가입자는 기초연금 삭감으로 손해를 본다. 특히 꾸준한 보험료 납부가 쉽지 않은 저소득층에게 장기가입의 페널티를 주는 것은 비상식적이며 정의롭지 않다. 더불어 정부 조세지원도 관대한 퇴직연금·개인연금에는 아무리 오래 가입해도 불이익이 없지만 왜 유독 국민연금 장기가입이 기초연금 삭감의 이유가 되는지 정당화하기 어렵다.

셋째, 정부안대로라면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발전전망은 어둡다. 2007년에 대폭 줄어든 국민연금 삭감을 기초연금이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는 설계이기 때문이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은 급여설계상 소득재분배적이어서 서민들에게 유리하다. 반대로 공적연금 축소는 전체 노후소득보장 비용을 줄이기보다 사적연금 비용을 높이고 노후 불평등을 확대한다. 더욱이 지금 25%대에 불과한 국민연금 급여는 제도 성숙기인 2045년 이후에는 오히려 22%대로 더 떨어져 기초연금의 보완이 절실하다. 점점 기초연금 삭감액이 커져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한국 공적 노후보장은 장기적으로 최소 수준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진영 전 복지부 장관 등이 주장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이 아니라 전체 소득에 연계하는 안은 어떨까.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자녀가 소득과 재산을 실질적으로 공유할 수 있고 자녀의 비공식 지원이 노인의 주요 소득원인 상황에서 노인의 공식 재산과 소득은 좋은 지표가 될 수 없다. 저임금노동을 하는 노인은 기초연금을 못받지만 임대소득자나 부유한 노인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자녀로까지 소득과 재산파악 범위를 넓히는 것은 그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소득에 따른 대상선별과 급여 차등화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불공정성 시비를 낳으며 국민연금 연계보다 더욱 큰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든 기초연금의 선별과 차등지급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다. 차등 없는 보편적 기초연금의 지출은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2%, 2040년 3.1%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지출을 합친 총 공적연금지출은 2020년 2.6%, 2040년 7%이다. 즉 2040년 지출 총액은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지출 8.4%를 밑돈다. 앞서 언급한 불공정, 불신 문제를 덜어낸 연금정책은 최소한 30년 동안 재정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최근 강조하는 1인당 미래 재정부담액은 조세부담의 정치경제를, 즉 각 경제주체별·개인별 부담 수준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초연금 급여는 시민의 보편적 권리로서 동등하게 보장될 때 불필요한 사회분열을 줄이고 노인빈곤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며 분배 정의도 훼손시키지 않는다. 기초연금의 공정함은 급여 차등화가 아니라 재원조달에서 과세의 누진성을 높임으로써 확보하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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