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시아] 유러화열기 고조

유러화가 아시아권 중앙은행과 민간 금융기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불과 3주뒤로 다가온 유럽단일통화(EMU) 체제가 채택할 유러화가 강한 통화로 안정 운용될 것이라는 믿음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중국 홍콩 타이완 호주 등 아시아권 중앙은행들이 유러화 확보를 위해 유럽권 통화비중을 높이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섰고 특히 소매금융 투자자들은 이미 올해초부터 유럽지역 주식, 채권, 통화관련 펀드에 투자를 늘리는 등 발빠른 대응에 한창이다. 유러화가 도입되면 유럽권의 개별통화로 표시된 이들 금융상품은 당연히 유러화 표시로 바뀌게 된다. 1,43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엔화와 달러화의 비중을 낮추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외환보유액중 60%인 달러화 비중을 40%로 낮추는 대신 유러화를 똑같은 수준인 40%로 유지하고 나머지 20%만 엔화로 가지고 있겠다는 계획이다. 타이완도 866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통화별 비중 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전체 보유액중 달러화 비중을 60%, 독일 마르크화를 20%로 두고 있는 타이완은 앞으로 다른 유럽권 통화를 10% 더 확보, 내년 1월 유러화체제 출범 이후 유러화 비중을 30%로 둔다는 생각이다. 국제금융센터로의 위상약화를 우려, 유러화 출범에 경계심을 보였던 홍콩도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홍콩의 외환보유액 현황을 보면 전체 887억달러중 달러화 비중은 70%대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말 달러화비중을 90% 이상으로 유지하던 것에 비해 크게 하향 조정된 것으로 당시 유럽권 통화 비중은 6%에 불과했었다. 이밖에 호주도 148.7억달러의 외환보유액중 달러화 비중을 40%로 낮추는 대신 마르크화와 엔화 비중을 각각 30%로 조정한 바 있다. 이같은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에 앞서 이미 아시아권 소매금융 투자자들은 올해초부터 유럽권 통화에 대한 투자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예를 들어 홍콩의 투자기관들은 러시아 금융위기 사태가 터진 올 8월까지 2억430만달러를 유럽권 주식펀드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동안 미국에 대한 투자규모가 310만달러에 그쳤고 일본 등 아시아 주식투자에서 순매도 자세를 보였던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한편 이같은 아시아권의 유러화 선호에 따라 엔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격상시키던 일본의 의도는 갈수록 현실에서 멀어지고 느낌이다. 아시아권 금융기관들이 유러화 투자를 위해 달러화보다는 엔화를 매각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인 2,1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 일본도 보유액중 달러화 비중을 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적은 유럽 금융시장을 통해 대출기회를 보다 많이 얻게 되는 점도 아시아권 투자자들이 유러화를 선호하는 또다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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