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웹 정신을 살리자

노키아 등 패러다임 변화 간과 효율성만 집중하는 통제 벗어나 끊임없이 진화하고 적응해야

평등·자유 기초한 웹정신으로 기존 경영 틀 벗어나 창의성 높이길

김흥남 ETRI 원장


지난 100년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발명을 꼽는다면 무얼까. 인터넷·자동차·휴대폰·항생제…. 순간적으로 우리 뇌리에는 많은 발명품이 스쳐 지나간다.

이에 대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경영전략가인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게리 하멜 교수는 '경영'이 답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고 대규모로 일을 추진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모든 창조적 방식이 바로 경영이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의 발명 역시 경영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점에서 충분히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류 전체의 업적이라 할 수 있는 경영이 스스로 방만해지고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면서 오히려 창조적 생각을 짓누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전만 해도 세계 상위에 속하는 첨단 기술기업이었던 휴렛팩커드·델·인텔 등의 사례를 보자. 이제는 과거의 명성을 잃고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상실했다. 다들 알다시피 이들 기업은 재무 상황이 좋았고 기술진이나 최고경영자(CEO)도 훌륭했다. 직원들도 똑똑하고 자금은 풍부했으며 미래 사업모델에 대한 논의도 선도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한 가지, 모바일로의 전환이라는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를 간과하고 말았다. 노키아도 비슷하다.


노키아는 이미 20년 전에 휴대폰이 삶의 중심에 놓일 것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예측했다. 이 전망을 토대로 다양한 전략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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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존의 휴대폰에 천착, 스마트폰으로의 성공적 전환에 실패하면서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이런 사례들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훌륭한 기업들도 급변하는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 기업이 붕괴되고 소속 직원들도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줬다.

우리는 매우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산다. 지금처럼 효율성만 추구하며 직원을 통제하고 압박하는 방식의 경영은 경쟁의 틀 자체를 바꾸는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깨닫거나 이에 대응하는 데 실패하기 쉽다. 앞서 살펴본 기업의 실패 사례가 우리 조직의 미래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도 없다. 따라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적응하며 큰 위기를 겪지 않고도 성공하는 경영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웹' 정신이 '경영의 근본적 변화에 필요한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웹의 기본은 평등과 자유다. 하멜 교수에 의하면 웹에는 경영에 시사할만한 다양한 원칙이 존재한다.

첫째는 '실험'이다. 웹은 다양한 실험을 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플랫폼이다. 얼마나 많은 실험을 하느냐에 따라 진화 방식이 달라진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많이 실험하지 않는 조직은 빨리 진화할 수 없다. 둘째는 '분해'다. 탄력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선 중앙집권화가 아닌 분권화를 추구해야 한다. 셋째는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위계 조직보다 자원 배분 측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경직된 조직이 아니라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웹처럼 조직 내부에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는 '열정이 있는 커뮤니티'다. 웹에선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커뮤니티를 찾고 직접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조직은 자발적 열정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독창적 아이디어가 중시되는 창조경제 시대에 개인의 창의성과 조직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기존의 경영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웹은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적응력이 높은 발명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웹 정신은 경영의 좋은 전략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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