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일본 금융시장] '트리플 약세'

일본 금융시장에 엔화, 주가, 채권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일본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다시 꺾이고 있는데다 미국의 강한 달러정책 지속, 미국 인플레 우려 등으로 엔화 자산의 투자 매력이 급속히 시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1달러당 120엔선을 오르내리던 엔화의 가치가 19일 도쿄시장에서는 한때 올해 최저치인 123.95엔까지 하락했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조만간 125엔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무역흑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어 엔화 약세가 급속히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이같은 추세가 점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쿄의 외환전문가들은 일본 주식을 사놓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엔화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있으며 일본의 투자은행들은 미, 일간의 금리차를 이용해 미국 채권을 사고 일본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다고 전했다. 시티뱅크 도쿄의 국제금융전략 분석가인 래리 듀크는 엔화가 단기적으로 125엔선을 돌파하고 6개월 후에는 135엔까지 갈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엔화 약세는 지난 12일 루빈 미 재무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서머스 부장관이 『강한 달러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속됐다. 여기에다 일본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러들고 있다는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사카이야 다이치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은 올 1·4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이 18일 99 회계연도에 추경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재삼 밝힌 것도 경제회복 기대감을 낮춰 엔화를 억눌렀다. 18일 열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았지만 통화정책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할 방침을 밝힌 것도 엔화 약세 요인이다. 일본의 정책자들마저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 경제회복을 위해 엔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이나 일본 정부가 모두 달러고·엔저를 원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서는 더 이상 엔화 자산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한편 엔화 약세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국내외 투자자금이 몰려, 5월초 1만7,000엔대를 돌파했던 니케이 주가지수도 하락세로 돌아서 19일에는 전날보다 250엔이 떨어진 1만6,128.18엔으로 밀려났다. 엔화 약세가 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세가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도 차익 매물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엔화 자산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일본 채권가격도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10년만기 채권의 수익률은 다시 0.04포인트 오른 1.315%를 기록했다. /장인영 기자 IY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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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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