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부교실 중앙회 「식량자급」 세미나/주제발표

◎“쌀은 상품아닌 국가생존 그자체”/시장개방땐 곡물메이저 가격농간 불 보듯/감상적 「자급」보다 농민소득 안정대책 필요전국주부교실중앙회(회장 이윤자)는 27일 하오 1시30분부터 교통회관 3층강당에서 「식량자급화를 위한 양곡낭비 줄이기」라는 주제하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쓰레기종량제 실시 이후 생활쓰레기는 많이 줄어든 반면 유독 음식물쓰레기는 되레 양이 많아지고 있으며, 특히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는 양곡의 낭비가 늘어남에 따라 그 대책을 모색코자 마련된 것이다. 주제강연과 토론회에 이어 가두캠페인으로 이어진 세미나에서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김성훈 교수는 「세계 식량위기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이란 제목으로 제1 주제강연을, 한국농촌경제연구소 최지현 부연구위원이 「식량낭비의 실태와 개선대책」이란 제목으로 제2주제강연을 했다. 다음은 김성훈 교수의 주제강연 내용이다.<편집자주> ◇김성훈 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우리나라는 국민 수요에 필요한 농산물의 대부분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지난 95년 현재 밀은 거의 1백%, 옥수수는 98.7%, 콩류는 89%를 수입, 국내 소비에 충당하고 있다. 쌀을 제외한 모든 양곡의 자급률은 8%에 불과한 셈이다.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 결과 쌀마저 매년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 들여오고 있다. 앞으로 어떤 농산물이 얼마만큼 우리나라에 살아남아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농산물은 아직 가격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품질과 안전성, 그리고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일단 국내 농·축산업이 쓰러지고 나면 다음이 문제이다. 세계의 어느 규약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식량수입국에 대해 안정적인 가격으로의 식량공급을 보장해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제 농산물시장은 몇 안되는 다국적기업(메이저)과 초대형 곡물상들이 장악하고 있어 이윤극대화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가격을 조작하고 수출량을 조작하는 것은 다반사이다. 우리가 먹고 싶어하는 농산물을 제때에 먹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난 73년 식량자원 파동 때와 81년 쌀흉작 때 이미 우리는 이같은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이것이 바로 식량안보이다. 그러데 우리의 먹거리 중에서 가장 큰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쌀마저 자칫 잘못 개방된다면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는 그 마지막 둑이 무너지는 순간이 된다. 우리나라 농민이 쌀농사로부터 얻는 소득은 95년 현재 모든 농사일(예컨데 밭농사, 보리농사 등)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중 38%를 차지한다. 농사일 이외의 소득까지 합친 총농가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18.3%나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농가 중에서 80.3%에 해당하는 1백20만 농가가 쌀농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농민이 생산한 쌀이 우리 소비자에게 공급되지 못하고 외국산 쌀이 대신하게 된다면 우리 농민의 생계는 막막해 질 것이며, 그 결과 이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심각한 도시의 주택문제, 교통문제, 상하수도 문제, 환경문제, 범죄문제 등을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 도시민이 그 고통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시정키 위한 천문학적인 도시투자비용은 각종 세금 형식으로 도시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추가로 이입해 들어오는 도시민 1인에 대한 투자소요비용은 농촌의 농민 1인에 대한 투자비용 보다 약 7배가 더 든다고 한다. 이제 도시문제는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거의 한계에 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서울은 살기 힘든 몇번째 대도시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 추세는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농촌·농업문제가 도시로 옮겨와 도시문제화 되고 있다. 그 원천을 해결하는 과제의 하나가 범국민적으로 쌀 농민을 돕고 지키는 일이다. 유엔무역개발위원회(UNCTAD)가 UR협상이 타결된 이후 세계농산물시장이 완전개방되었을 경우를 가정한 농산물시장의 국제가격을 예상한 바에 의하여 가격의 변동폭이 가장 클 품목이 바로 쌀이라고 한다. 또한 쌀 소비는 식생활 관습상 대체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량의 변동은 크지 않은 대신 쌀을 수출하는 국가는 몇 나라에 한정되어 있어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할 경우 쌀 생산량은 크게 변동하고 그에 따라 쌀값은 엄청난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94년 일본의 쌀 흉작으로 쌀 가격은 톤당 2백20달러에서 6백50달러까지 오른적이 있었다. 더구나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자포니카 계통의 쌀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서부 등에서만 재배하고 있고 그 수출도 몇개의 수출업자(도정업자)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쌀가격 농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쌀시장이 개방되면 우리나라의 자급률은 훨씬 떨어질 것이다. 소비자는 지금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그것도 어렵사리 쌀을 사먹을지도 모른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값싼 외국쌀을 수입해서 먹는 것이 당장에 더 이익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쌀 자급기반이 무너질 때 미국, 호주 등 쌀 수출국을 비롯, 곡물메이저들은 지난 80년의 사례에서 보듯, 4∼5배나 값을 올려 받을 것이다. 「소경 제 닭을 잡아먹고 뒤늦게 한탄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 때문에 우리 모두의 삶이 영원히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쌀은 이제 더이상 생산농민들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쌀이 가지는 상품으로서의 가격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쌀과 쌀농사가 우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주는 비교역적 환경기능을 고려할 때다. 국민의 생존권과 안전성, 건강과 생명을 먼저 생각할 때이다. 우리 쌀을 자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농민 생산자의 소득을 안정시켜 주어야 한다. 정서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만 쌀 자급을 주장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가 지불하는 쌀 값에는 우리 환경을 지켜주고 국토를 아름답게 가꿔주며 전통문화를 보존해 준 값이 포함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보면 미국 소비자가격 보다 3배가 비싸다는 우리 쌀 값은 오히려 싼 셈이다. 우리 국민과 국가의 사활이 걸린, 그리고 후손의 장래가 담보되고 있는 국가존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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