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현대차에 대한 반격으로 내놓은 '신종복합할부상품'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을 누가 더 낼지를 두고 팽팽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4일 여신전문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복합할부금융을 놓고 현대자동차와 카드사 간의 분쟁(1라운드)과 신종복합할부상품 출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2라운드)에 이어 이번에는 상품 출시를 앞두고 카드사와 캐피털사 간 '복합할부 논쟁 3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다.
신종복합할부상품은 지난해 현대차가 복합할부상품 수수료가 과다하다며 신용카드 수수료를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면서 탄생했다.
고객이 카드로 차 값을 결제하고 할부금은 캐피털사로 갚는 구조인 복합할부상품은 포인트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고객에게는 이득이지만 차를 판매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카드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눈엣가시였다. 현대차 측은 사실상 캐피털사가 고객에게 신용을 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카드 수수료를 없애거나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고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등 복합할부 취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카드사들은 이에 대한 반격으로 신용공여기간을 한 달로 늘린 신종복합할부 상품을 내놓았다.
문제는 신용공여기간을 늘린 만큼의 조달비용과 신상품 판매를 위한 시스템 개발비 등 결제액의 약 0.2%에 이르는 비용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상품 출시에 따른 추가비용의 80% 이상을 캐피털사에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심지어는 조건을 받아들인 캐피털사와 신상품을 먼저 내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처럼 현대차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대형 캐피털사는 상관없지만 복합할부 상품에 의존해온 중소 캐피털사들은 복합할부를 유지하지 않으면 사실상 자동차 할부 영업이 어렵다"며 "워낙 업계 경쟁이 치열해 기존 복합할부상품도 마진이 적은 상황에서 추가로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되면서 캐피털사들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카드사는 "원래는 없던 카드사의 신용공여기간이 한 달로 늘어났고 초기 차 값도 카드사가 지불해야 하기때문에 조달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복합할부를 취급하는 7개 캐피털사들도 신종복합할부 상품의 불가피성을 인정, 모두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으며 절반 정도는 상품 판매 협의에 성공한 상황"이라며 "작은 부분에서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조율해나가고 있으며 일방적인 강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