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재벌 총수들의 이사 재선임안에 대해 무더기 반대표를 행사했다.
15일 국민연금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에서 총 12차례 재벌 총수들의 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을 냈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와 SK C&C의 정기 주총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기업 가치 훼손 또는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며 이사 재선임을 반대했다.
또 나머지 10건의 반대 의결권 행사는 ‘과도한 겸임’을 문제 삼았다. 국민연금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롯데쇼핑 이사 재선임안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케미칼 이사 재선임안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계열사의 이사직을 동시에 맡고 있다고 반대했다. 특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등 4명은 두 곳 이상의 계열사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SK하이닉스의 최태원 이사 선임 당시 최 회장이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중립’의견을 냈다”며, “새 정부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측은 “최태원 회장의 경우 지난해에는 형이 확정되지 않았고, 올해는 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반대를 한 것”이라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겸임, 법적으로 문제가 된 인사 등에 대해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반대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결권 행사는 외국 파트너와의 장기적인 투자 신뢰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눈치를 보며 원칙을 어길 수 없다”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요구가 있지만 실제로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총 451차례의 주총에 참여해 전체 의안(2,084건)의 12.5%인 260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해 반대표 행사 비중은 18.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