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중국식 성장모델의 한계

지난 23일 발생한 중국 고속열차 추돌사고는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중국인들은 생존자들이 전해주는 끔찍한 사고상황에 경악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열차 사고로 볼 일이 아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이 안고 있는 결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급속한 현대화에 따른 문제점이 노출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놀라운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중국의 정부 시스템은 이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기업가나 정부 관료들의 권력은 여전히 일반 중국인들의 견제를 받지 않고 있다. 중국에는 이를 감시할 수 있는 표현이나 연대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비밀투표 제도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실은 중국인들의 복지를 위협하고 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에 이어 4월에는 오염된 분유가 버젓이 유통됐다. 2008년 쓰촨성 지진 당시에는 학교 건물이 심하게 파괴돼 수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방관리의 부패로 인한 부실공사 때문이었다. 비슷한 문제가 이번 고속철 사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2월 류즈쥔 중국 철도부 장관은 고속철 건설 과정에서의 비리가 드러나는 바람에 해임됐다. 물론 서구사회에서도 안전 문제와 부패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구사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한 체계적인 작동원리를 갖고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이를 도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중국의 철도사업은 단순한 개별사업이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을 유지하고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사고로 과연 자금을 제대로 투자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고속철 건설사업의 필요성을 의심했던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빈곤한 사회에서 고속철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고속철 건설사업이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사업이라고 반박했다. 이제 정부의 주장은 공허해 보인다. 중국도 다른 나라들이 앞서 경제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경제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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