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을 매도하겠다고 밝히자 두 회사의 주가가 엇갈렸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거액의 현금을 확보하게 돼 재무 상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소폭 올랐지만, 삼성생명은 대규모 추가 매도 물량 부담 등이 불거지면서 급락했다.
CJ제일제당은 4일 공시를 통해 이날 유가증권시장 개장 전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삼성생명 주식 300만주를 총 3,038억4,000만원에 매각하기로 결졍했다고 밝혔다.
주당 매각가격은 전일 종가인 10만5,500원에 4%의 할인율을 적용한 10만1,280원으로 확정됐다. CJ제일제당은 매각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식 매각으로 CJ제일제당의 삼성생명 보유주식은 298만5850주(1.49%)로 줄어든다.
공시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회사의 주가는 확연히 엇갈렸다. CJ제일제당은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전일 대비 0.57% 오른 2만6,500원을 기록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삼성생명은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일 대비 5.21% 급락한 1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CJ제일제당이 삼성생명 지분을 매도한 가격이 10만1,280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량매매에 따른 할인율(4%)를 넘어설 정도로 크게 떨어진 것이다. 삼성생명의 주가가 5% 이상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10월18일(-6.67%)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이날 삼성생명의 거래량은 92만3,673건으로 지난해 5월31일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삼성생명의 주가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남아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추가 매도해 시장에 물량이 더 풀릴 가능성이 남아있는데다, 보험 업황이나 실적 등을 볼 때 주가를 끌어올릴만한 이렇다 할 모멘텀도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존 삼성생명 투자자들이 4%가량 낮은 가격에 매각된 물량이 시장에 매도물량으로 나올 것을 우려해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 하루에 나타난 주가 하락폭이 워낙 컸고, 앞으로 주가가 오를 만한 이렇다 할 이벤트도 없어 만회하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