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변기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남자 쉬쉬하지 말고 전립선비대증 의심하세요

중년에 흔해 50대 발병률 50% 소변 가늘어지고 자주 마렵거나

잔뇨감·피 섞여 나오는 경우도

좁아진 요도 넓히는 약물 복용… 증상 심하면 절제술로 치료

채소 섭취 등 식이조절 필수

한 중년 남성이 건강검진을 위해 채혈을 하고 있다. 중년 남성에게 발생이 늘고 있는 전립선비대증은 혈액검사 통한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로도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서울경제DB


직장인 박인수(55·가명)씨는 얼마 전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응급실 신세를 졌다. 평소에도 잠을 자다가 1~2번 정도 깨 소변을 보곤 했던 박씨는 회식 때 술을 마시고 잠을 자다가 화장실을 갔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점점 아랫배는 부풀어 오르고 소변은 나오지 않아 급하게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아 소변 줄을 끼워 1ℓ 정도의 소변을 배출하고 나서야 증상이 호전됐다.

전립선 초음파와 방광 내시경을 해보니 전립선이 커져 소변이 나오는 통로인 요도를 완전히 막고 있었다. 전립선 비대증 진단을 받은 박씨는 두 시간여에 걸친 수술을 받은 끝에 증상이 많이 호전됐다. 소변이 한 번에 시원하게 나오지 않아 자주 화장실을 가야 하는 등 말 못할 고민을 안겨주는 전립선비대증이 중년 남성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요 질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1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 해 전립선비대증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90만여명에 이른다. 전립선비대증의 유병률은 환자의 나이에 비례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대게 40대부터 전립선비대증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50대는 50%, 60대는 60%, 80세 이후에는 거의 80%의 환자들이 조직학적인 소견에서 전립선비대증이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라며 "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전립선비대증 치료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립샘'이라고도 불리는 '전립선'은 남자에게만 있는 장기다. 정자의 생존에 필요한 전립선액을 만들기에 생식능력에 필수적이다. 방광 질 하부에 존재하는데 방광에 고여 있던 소변이 요도를 통해 배출되는 경로의 일부를 도넛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젊은 시절에 정상 크기를 유지하던 전립선은 나이가 들면 노화과정의 하나로 크기가 커지게 된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커지는 것을 말하는데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이 많이 커져 요도를 압박함으로 소변을 보는 데 불편한 증상이 나타난다.

임상적으로는 전립선 세포의 증식으로 전립선이 커지면서 방광 출구를 막아 폐색을 유발하고 빈뇨와 잔뇨감 같은 배뇨 관련 증상이 생기는 것을 '전립선비대증'이라 한다.

전립선비대증의 주요 원인은 노화와 남성호르몬이다. 비만과의 관련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전립선비대증에 의한 증상은 크게 두 가지다.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 생기는 증상과 방광을 압박해 발생하는 증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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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도를 압박해 생기는 증상으로는 소변의 줄기가 가늘어지고 한참 동안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게 되거나 소변 줄기가 끊어졌다가 다시 힘을 줘야 나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방광을 압박해 생기는 증상으로는 소변을 자주 보게 되거나 수면 중에도 소변이 마려워서 일어나게 되고 소변이 마려우면 참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소변을 보고 나서도 소변이 남아 있는 느낌인 '잔뇨감'이 들고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온다거나 하는 증상들도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주관적인 배뇨증상을 '국제 전립선 증상 자가진단 점수표(IPSS)'라는 설문지를 통해 객관적 점수로 측정을 할 수 있으며 치료 전후의 점수를 비교해 치료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배뇨일지를 통해 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자주 소변을 보러 가게 되고 소변량을 기입하게 해 환자의 배뇨습관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전립선의 크기 측정과 염증 여부, 전립선암 동반 여부 등의 검사를 위해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촉진하는 직장수지검사, 경직장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되며 채혈검사를 통해 전립선특이항원(PSA)을 측정하게 된다.

환자의 배뇨 중 폐색 여부와 배뇨기능을 측정하기 위해 요속 검사를 시행해 소변의 속도와 배뇨의 양상을 확인하고 배뇨 후에는 잔뇨검사를 통해 실제로 소변을 보고 나서 방광에 어느 정도의 소변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소변검사를 통해 요로감염 동반 여부를 확인하고 채혈검사로 신장기능 등을 평가하게 된다. 이외에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요역동학적 검사나 방광내시경 등의 검사를 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누게 된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환자의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정기검진을 시행하는 대기요법과 약물을 사용하는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는 좁아져 있는 전립선 요도를 넓혀 소변보기를 수월하게 하는 알파차단제와 비대해진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등의 약물이 사용된다. 방광자극이 심한 경우에는 항콜린제 등의 약물을 추가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에 실패하거나 갑자기 소변을 못 보는 요폐색이 발생하고 결석이 동반되거나 전립선 비대로 인한 혈뇨나 요로감염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비대해진 전립선을 잘라내거나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수술적 치료는 요도 내시경을 이용한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이나 하복부 절개를 통한 전립선절제술 등의 전통적 수술방법과 레이저나 열치료 등 덜 침습적인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비정상적으로 커진 전립선조직을 수술로 제거하는 경요도전립선절제술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덜 침습적인 수술 중에서 고출력레이저를 이용한 전립선기화술이나 홀뮴 레이저 전립선적출술 등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여러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으나 증상과 심한 정도가 다양하기에 일률적으로 치료방법이 정해지지 않는다"며 "따라서 여러 가지 고려사항을 종합해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립선비대 증상이 있는 사람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음식이나 체중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유탁근 을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육류같이 지방성분이 많은 음식은 되도록 섭취를 줄이고 탄수화물과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며 "특히 술을 많이 마시면 갑자기 소변량이 늘어나 방광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과음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상당수의 감기약 성분에는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요도를 조이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전립선비대 증상이 있는 사람은 소변 보기가 더 힘들어진다"며 "요즘같이 기온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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