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럽게 유통시장 개방원년을 보내고 개방 2년째를 맞는 97년. 96년이 개방화의 탐색기였다면 97년은 개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라 할수 있다. 올해 본격적인 개방의 물결에 휩쓸리게될 국내 유통업계는 업태별로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백화점은 지난해에 이어 침체의 골이 깊어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다. 재래시장 역시 수년간 지속돼온 매기부진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해외 신업태 업체들의 잇단 진출과 이에 대응한 국내 업체들의 신업태시장 가세로 이 시장은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은 오랜 누적적자를 털고 처음으로 흑자를 실현함에 따라 초기 투자기에 이어 제2의 출점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할인점에 밀려 지난 몇년간 저성장을 겪었던 슈퍼마켓업계도 충청권을 중심으로 모처럼만에 출점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각 업태별 경기전망을 알아본다.◎백화점/침체장기화 매출목표 15% 신장 미지수/세일기간 규제 철폐로 고객감소 우려도
신세계백화점 부설 유통산업연구소는 97년 백화점업계 매출이 15조3천억원정도로 96년대비 15%정도 신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20%가 채안되는 낮은 백화점매출 신장률을 감안, 적어도 15%정도는 해낼 것이라는 업계 염원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5%마저도 장담하지는 못하는 상태.
올해 경기가 그만큼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자들의 심리위축은 고가상품위주의 영업을 해오는 백화점업계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유통업체간의 경쟁구도 역시 백화점의 자리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신업태의 확산은 백화점업체들의 가장 위협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시행될 바겐세일기간규제 철폐조치도 백화점업계 전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백화점세일이 우후죽순처럼 실시될 경우 세일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지고 결국 세일고객을 반감케되지 않겠느냐는 업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백화점이 살아남기위해서는 종전 바겐세일관행에 젖어있는 영업방식을 탈피한 백화점다운 영업창출이 관건이 되고 있다.
할인점·카테고리킬러 등 백화점 상권을 잠식하던 생필품 할인업체와의 경쟁보다는 고객들의 개성을 창출할 수 있는 판촉전략이 시급하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를 감안 지난 한해동안 각 백화점들은 불경기를 대비한 점포리뉴얼작업에 힘써왔다.
백화점마다 격조높은 판촉전략을 선보이며 최근 경기침체를 극복할 경우 10%가 훨씬 넘는 매출성장률도 기대해봄직하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할인점/대형점 대규모 투자 고성장 순풍에 돛/외국업체 속속입성 가격인하 가속도
올해 할인점의 고도성장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을 볼 때 불경기일수록 할인점이 호조를 보인다는 전례에 따른 것이다.
업계는 올해 할인점 매출을 전년대비 2.5배 늘어난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점이 잇따라 늘어나는 것도 있지만 경기하락에 따른 소비자의 저가상품 선호, 물가안정차원에서의 유통개선 추진, 자연녹지 내에서의 할인점 개설 허용 등 주변 정책은 물론 소비심리까지 할인점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순풍에 돛을 달듯 할인점 매출이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할인점사업에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할인점의 모습도 기존 회원제창고형도소매점에서 하이퍼마켓·슈퍼센터, 각양각색의 카테고리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특히 전문점형태의 할인점 카테고리킬러는 대형 할인점업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할인점의 호황을 노린 외국업체의 추가 진출도 예상케하고 있다.
이미 국내 진출을 선언한 프랑스계 할인점업체 프로메데스에 이어 구미계 할인점의 국내시장 탐색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국내 생필품유통업계를 주도해오던 슈퍼마켓업계의 할인점 전환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유통·LG유통 등이 슈퍼마켓의 할인점화를 선언했으며 중소 영세상들까지 대형 물류시설을 활용한 가격할인전략을 선보일 계획으로 있어 내년 할인점매출의 팽창은 기대이상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재래시장/수년간 매기부진·불황겹쳐 시계불투명/「중기구조개선…」 3월 시행 재개발은 활기
재래시장은 97년에도 여전히 시계가 불투명하다.
매년 계속해서 매기가 악화되고 있는 재래시장은 경기침체까지 겹쳐 올해도 길고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대문시장의 한 관계자는 『재래시장은 지금이 호황기더라도 미래를 걱정해야 할 판인데 불황까지 닥쳤으니 손을 쓸수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뾰족한 자구책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더욱이 동대문시장을 중심으로 대형 의류상가들이 잇달아 개발되면서 매기는 부진한데 상품공급은 과다한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나마 「중소기업경영 및 구조개선 안정을 위한 시행령」이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시장 재개발사업은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재개발조합원중 60%의 동의만 있으면 재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재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시장재개발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재래시장은 재건축만이 살 길』이라면서 『불황이 지속될 앞으로 몇년간 재개발, 재건축 등의 하드웨어와 공동브랜드, 디자인 개발, 공동구매 등 소프트웨어를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퍼마켓/LG13·해태17·한화10곳 새로 전열정비/중소자영슈퍼 대형사 틈새서 부진예상
신업태의 등장으로 지난 2∼3년간 저성장을 겪었던 슈퍼마켓업계는 97년 활발한 출점을 통해 매출신장률을 높일 계획이다.
슈퍼업계는 신업태 등장 초기만 해도 영업타격이 심각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경기침체 이래 슈퍼마켓이 자생력을 가진 안정적인 업태라는 판단에 따라 전열을 정비, 활발한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LG유통 해태유통 한화유통 등 슈퍼체인 3사는 올해 각각 13개, 17개, 10개의 출점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매출신장률도 일제히 25% 전후로 잡았다.
공격적인 출점을 계획한 슈퍼업계의 올해 최대 격전지는 충청권이 될 전망이다.
「LG수퍼마켓」이 신년벽두부터 청주에 충청권 1호점을 개점할 예정이며 올해를 지방진출 원년으로 삼은 해태유통도 「해태수퍼마켓」 지방 1호점을 청주로 잡고 있다.
이미 충청권에 10개 점포를 선점하고 있는 한화유통도 업계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어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간의 출점경쟁이 예고돼 있다.
슈퍼마켓이 꾸준히 안정적인 업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할인점 등 신업태와 차별화될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따라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업태라는 장점을 보완 발전해 나간다는 원칙 아래 이에 걸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그러나 중소 자영 슈퍼마켓들은 갈수록 대형화, 선진화되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틈새에서 여전히 영업부진에 허덕일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흑자낸 LG25·보광 1위 선점 출점박차/적자허덕 하위권업체 M&A 가능성도
97년 편의점업계는 업체들의 공격경영이 예상되면서 89∼93년의 초기 투자기에 이어 제2의 출점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국내에 사업이 도입된 이래 지난 수년간 누적적자에 허덕여왔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상위업체인 「LG25」와 「훼미리마트」가 첫 연간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양 업체간에 1위 선점을 둘러싼 출점경쟁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통은 다점포전략에 따라 1백30개점을 출점, 2위와의 격차를 최대한 벌린다는 방침이며 훼미리마트는 올해 업계 첫 5백개점을 돌파한다는 목표아래 PC통신, 사내 소개캠페인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가맹점주를 확보할 계획이다.
흑자를 기록한 상위업체에 자극받아 중위권 업체들도 올해는 흑자 달성을 목표로 공격적인 출점에 나설 전망이다.
코오롱유통이 운영하는 「로손」, 동양마트가 운영하는 「바이더웨이」,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등은 올해 흑자를 실현하기 위해 70∼1백개점을 개점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미원통상도 올해 유통사업부를 미원유통으로 독립법인화, 유통사업을 강화할 예정이어서 이전 어느때보다 출점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편 하위권업체들은 좀처럼 누적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기존 상위업체나 새로 편의점사업에 뛰어드려는 대기업들의 M&A(인수·합병)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