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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정치권과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기업 압박에 대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은 성장담론이 완전히 실종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동력 자체가 소진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우리 경제가 생태계 기능이 점차 훼손되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력이 감소하는 '경제사막화 현상'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대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대기업 압박 강도가 거세지자 우려를 넘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강경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정치논리에 휩쓸려 재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특히 이번 대선은 과거 대선과 다르게 경제민주화 논리에 묻혀 경제성장에 대한 담론이 실종됐다는 특징이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모두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경제위기 국면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경련은 '경제사막화'가 우려되는 7가지 근거로 ▦잠재성장률 추락 ▦내수 여력 위축 ▦통화 유통 속도 감소 ▦취업구조 고령화 ▦취약한 기업생태계 ▦국가 채무 급증 ▦반기업정서 확산 등을 꼽았다. 이 중 전경련이 가장 우려한 것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급락해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7년 4.4%, 2012~2017년 3.4%, 2018~2030년 2.4%, 2031~2050년 1.0%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경제사막화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무엇보다 기업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경기가 제한적인 상황임을 감안할 때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가계소득을 증가시켜 경제생태계를 복원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는 결국 기업 투자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이날 창원 풀만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요즘 대선을 앞두고 기업에 부담을 주는 많은 정책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경제현실이 어려워 한계기업과 가계부실이 늘고 있는 등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 이분법적으로 생산적이 아닌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이날 전경련과 아시아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지금 재벌이나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성장 감소, 소득분배 악화의 악순환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 촉진, 소득분배 개선의 선순환으로 갈 것인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복지ㆍ동반성장ㆍ경제민주화의 열풍에 휩쓸려 성장담론은 실종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가 성장을 뒤로 하고 경제민주화 논리에 몰두하는 사이 미국ㆍ유럽ㆍ일본ㆍ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성장과 일자리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미국 대선 후보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모두 경제 살리기를 위해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선 후보들은 성장을 도외시한 채 경제민주화라는 똑같은 목소리만 내고 있다"며 "정치권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성장과 분배 간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앞으로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각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전경련 유관기관으로 재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은 야권 후보 단일화로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 '대선 후보 공약 평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경연이 대선 후보 공약 평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