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당, 총선용 예산 내놓으라 대놓고 요구하다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선심 예산 타령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2016년도 예산과 관련한 제3차 당정협의에서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확장 예산을 하겠다고 보고했지만 당으로부터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타박만 들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게 당의 주장이다. 일부는 "당의 목소리를 이렇게 무시하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경제를 내걸기는 했지만 사실상 총선용 선심 예산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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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4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12년 예산편성 당시 정부는 건전재정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무상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당의 공세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후 대책 없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재원 마련에 실패한 지자체들의 복지 디폴트 선언이 줄을 이었다. 복지 논쟁에 따른 사회갈등 심화로 국민들이 받은 고통의 크기 역시 커졌다. 최근 여당에서 요구하는 SOC 예산 확대 주장도 예산으로 지역구 민심을 사려 한다는 점에서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세출 확대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는 내 알 바 아니라는 투도 똑같다. 이대로라면 내년 재정적자가 올해 전망치인 33조원을 훌쩍 넘어서고 최근 7년간 매년 14%씩 불어나던 국가채무 증가 속도도 빨라질 게 분명하다.

그러잖아도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시기다. 앞으로 1년이 우리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위기감도 팽배해 있다. 이럴수록 그 어느 때보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재정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나서서라도 예산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정치인을 잘못 만난 불운을 이번 대에 끊어야 미래세대가 불행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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